한국사 과목을 대학수학능력시험 필수과목으로 채택하는 등 역사교육 강화 주장을 놓고 찬반 양론이 팽팽하다. 정치권과 일부 교육단체에서는 우리 청소년들의 한국사 교육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한국사를 대학수능 필수 과목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사회과목 중 비(非) 국사 과목 대학교수나 일선 교사, 관련 단체에서는 국사 편중 교육이 이뤄질 경우 오히려 다른 사회과목들이 상대적으로 경시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란 점을 우려하고 있다.
먼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 8∼12일 전국 초·중·고·대학 교원 1,63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한국사 교육 강화 교원 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51%가 한국사 인식 강화 방안으로 '수능 필수화'를 꼽았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전 학년 한국사 수업 실시 및 내신 반영 강화'(22.3%), '교과 내용·분량 적정화 및 참여형·탐구형으로 수업 방법 개선'(16.6%)이 필요하다는 답변도 많이 나왔다. 학생들의 한국사 인식 수준에 대해서는 88.0%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한국사 인식 저하의 원인으로는 '수능 선택과목이고 대부분 대학이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지 않아서'(62.9%)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수업 수 부족과 겉핥기식 수업'(15.8%), '내용이 광범위해 어렵고 암기 위주의 과목으로 인식돼서'(14.6%) 순이었다. 고교 한국사 이수 단위를 더 늘려야 한다는 데는 79.8%가 찬성했다.
최근 교육부가 고교 한국사 이수 단위를 현행 5단위에서 6단위로 늘리고, 최소 2개 학기에서 배우도록 한 방안에 대해서는 60.8%가 '효과 있다'고 응답했고 '현행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응답률은 37.1%였다.
일부 정치권에서 제안한 '한국사검정능력시험 도입 및 수능 자격화'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5.8%에 그쳤다.
안양옥 교총 회장은 지난달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국사 공부의 필요성을 강조한 뒤 한국사를 수능 필수 과목으로 지정해 학생들의 역사의식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다른 사회과목 교사와 교수들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국사회과교육학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한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하거나 수업 수를 늘리는 등 최근 거론되는 역사교육 강화 방안은 공교육 체제 와해와 사교육시장 팽창, 시민교육 황폐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 고교 전 과정이 선택 교육과정이 됐는데도 한국사는 '역사교육 강화'라는 명분 아래 유일무이의 필수 과목이 돼 엄청난 특혜를 누리고 있는 반면 사회·도덕 교과군의 다른 과목은 명맥만 유지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그러면서 "국사학계 및 역사교육계는 한국사를 필수로 가르치면서도 제대로 못 가르친 것을 반성하기는커녕 '수능 필수과목이 아니라서 그렇다'는 식으로 현실을 호도해 사욕을 채우는 기회로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수능 필수 부분에 대해서도 이들은 "사회탐구 영역에서 최대 2과목까지 선택할 수 있게 한 2014학년도 수능 체제에서 한국사를 수능 필수로 지정하면 한국사 이외 사회과목은 한과목만 선택하게 돼 다른 과목은 존립 기반이 사라진다"며 "국어, 영어, 수학에 이어 한국사까지 사교육의 주요 시장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회과교육학회는 전국사회교사모임, 한국경제교육학회, 전국일반사회교육전공 교수협의회, 한국도덕윤리과교육학회, 전국 도덕교사 모임, 전국 지리교사연합회, 전국 국립대 윤리교육과 교수협의회 등 사회과목 교사·교수 모임이 회원이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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