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민주당 이해찬 상임고문이 저주와 죽음을 되뇌는 음산한 정치의 앞줄에 나섰다. 그는 14일 세종시에서 열린 '정치공작 규탄 당원 보고대회'에서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비난하면서 "옛날 중앙정보부를 누가 만들었나. 박정희가 누구한테 죽었나"라고 말했다. 또 "박 씨 집안은 정보부와 그렇게 인연이 질긴가"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을 자꾸 비호하면 당선 무효까지 주장하는 세력이 갈수록 늘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원내 대변인이 대통령을 사악하게 저주한 망언 소동이 당사자의 사퇴와 당 대표의 유감 표명으로 수습된 지 겨우 하루 만이다. 이 고문은 표독스러운 말과 표정에 이골이 난 사람이지만, 전직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을 새삼 역사에서 끄집어내 그 유자녀인 현직 대통령과 얽어 저주하듯 말한 것은 훨씬 민망하다. 인륜과 정치 도의를 논하기에 앞서 그가 모신 대통령의 참담한 죽음을 벌써 잊지 않았다면 그런 허튼 언사는 스스로 삼갈 일임을 일깨우고 싶다. 국무총리까지 지낸 이의 분별과 지각이 아쉽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정치는 양식과 도의를 아는 국민이 용인하기 어려운 막말과 저주가 넘쳐난다. 민주 선거로 뽑은 대통령을 서로 '독재자'니 '반역의 대통령'이니 비난하는 것쯤은 예사롭다. 인터넷 댓글이 '천벌'과 '자업자득'을 마구잡이로 떠드는 것을 본받듯 대통령의 죽음을 함부로 입에 올리는 비열하고 사악한 정치로 앞 다퉈 치닫고 있다.
그러니 방송 앵커로 뜬 국회의원이 국정원장을 '미친 놈'이라고 욕하고, 국정조사 위원이 도지사를 '유대인을 학살한 히틀러와 비슷하다'고 막말하는 것은 큰 뉴스도 되지 못한다. 말과 글을 정제, 탁마하는 것을 업으로 내세운 문인을 비롯한 지식인들이 정치 안팎에서 스스럼없이 막말을 쏟아내는 행태를 나무랄 것도 없다.
정치와 언론과 지식인들이 함께 무책임한 트위터를 닮는 것은 제 존재를 스스로 위협하는 짓이다. 그 어리석은 '죽음'을 먼저 두려워하고, 역겨운 막말 유행병을 모두 서둘러 치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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