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16년 만에 역대 전반기 최고 성적을 확보했다. 사실상 '가을 야구'로 가는 보증 수표를 받아 들었다.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7부 능선을 넘은 셈이다.
15일 현재 단독 2위(43승31패)에 올라 있는 LG는 이번 주 롯데와의 전반기 마지막 2연전 결과와 관계 없이 최소 전반기 3위를 확보했다. 0.5경기 차인 3위 넥센과 순위가 바뀔 여지는 있으나 4위 두산과는 3.5경기 차로 벌려 놓았기 때문에 남은 2경기를 모두 패해도 3위 자리는 지킨다. 승패 간격도 야구 전문가들이 안정권이라 분석한 '+10승'이상을 거둬 들이게 됐다.
LG가 10승 이상을 벌고 전반기를 3위 이상으로 마친 건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1997년 이후 무려 16년 만이다. 당시 LG는 전반기를 1위(41승2무24패)로 마쳐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1998년에도 LG는 정규 시즌 3위를 차지하고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까지 올랐지만 전반기 성적은 5할을 간신히 넘겼다.
이후에는 암울한 역사가 시작됐다. 마지막 가을 잔치에 나섰던 2002년에도 전반기 성적은 35승3무36패로 5할 승률을 밑돌았다.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승률 5할을 넘긴 전반기도 3차례밖에 없었다. 이광환 감독이 두 번째 지휘봉을 잡았던 2003년 전반기(38승2무37패)와 김재박 감독의 첫 해였던 2007년 전반기(37승4무36패)에 5할에서 1승을 더 얹었고, 박종훈 감독이 사령탑에 앉았던 2001년 전반기에 딱 5할(41승41패)을 기록했다.
LG가 10승 이상의 여유를 갖고 후반기를 맞은 건 1990년 창단 이후부터 따져 봐도 다섯 번 밖에 없다. 전성기를 구가했던 1993년 전반기에 38승1무27패를 거뒀고, 1994년(51승28패)과 1995년(41승1무25패)에도 압도적인 성적으로 전반기 1위를 기록했다. 1994년엔 통합 우승을, 1995년엔 종합 3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1997년에 이어 올 시즌이다.
2000년대 들어 가장 아쉬웠던 시즌으로 기억되는 2007년이나 2011년과 비교할 수 없는 월등한 전반기 성적표다. 김기태 감독의 리더십에서 비롯된 신구 조화, 투타의 조화가 이뤄낸 결과물이다.
시즌 초반 문선재와 김용의가 알토란 같은 활약을 했고, 힘이 떨어질 무렵 야수 최고참 이병규가 돌아와 타선을 진두지휘했다. 마운드도 리즈, 신정락, 우규민, 류제국으로 이어지는 젊은 선발진에 봉중근, 정현욱, 류택현, 이상열, 이동현 등 베테랑 불펜이 든든히 뒷문을 지켰다.
김기태 감독은 "전반기의 가장 큰 소득은 선수들이 두려움을 극복한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평가를 했다. 매 시즌 '서울의 봄'을 부르짖다가도 고비를 넘지 못하고 지는 습관에 익숙해졌던 LG 선수들의 놀라운 변신이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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