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 수입에 초비상이 걸렸다. 계속되는 경기 침체로 세금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덜 걷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연간 국세 수입은 지난해에 비해 20조원이나 줄어들면서 전례 없는 '재정 펑크'가 우려되고 있다.
◇법인세 부가가치세 감소가 주요인
국회 예산정책처가 최근 공개한 2012 회계연도 총수입 결산 분석 보고서는 매우 시사적이다. 이 보고서는 최근의 세입부진이 경기적 요인에다, 경기 외적인 구조적 요인이 겹치면서 생긴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최근 8분기 연속 전기 대비 성장률이 0%대에 머무는 저성장세가 이어지면서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관세 등 거의 모든 세목의 5월까지의 누계 세수가 전년도 같은 기간의 실적보다 적었다.
가장 차이가 나는 세목은 법인세다. 올 1~5월 법인세 징수액은 19조9,37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조3,441억원이나 적었다. 이 기간 전년 동기 대비 전체 세수 결손액(9조83억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다.
국내외 경기 악화로 조선 화학 건설 해운 등 주요 업종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나빠졌다. 올해 법인세 세수 전망은 기업들이 3월 발표한 2012년 사업보고서에서도 대략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법인세 비용이 6조697억원으로 전년(3조4,328억원)보다 두 배 오른 삼성그룹이나, 2조3,422억원에서 2조5,488억원으로 상승한 현대차그룹을 제외한 대다수 대기업은 경기침체 여파로 지난해 실적 쇼크를 입은 상황이다. 석유화학 업종인 SK이노베이션은 법인세 비용이 같은 기간 1조1,328억원에서 5,063억원으로 절반으로 줄었고, 조선업종인 현대중공업은 1조1,328억원에서 4,152억원으로 63%나 감소했다. 경기침체의 타격을 더 받은 중견 대기업이나 중소기업도 대부분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법인세 말고도 세수감소에 한 몫한 것은 부가가치세다. 전년에 비해 1조8,271억원 감소한 것이다.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감소분을 합한 규모는 6조1,712억원으로 전체 감소분의 69%다.
한양대 오윤 교수는 "주요 세원인 부가가치세, 소득세, 법인세 가운데 경기에 가장 민감한 것이 부가가치세인데, 예년에 비해 징수 진도가 저조하다"며 "하반기에 경기가 좋아져도 소득세, 법인세는 (징수에) 시차가 있는 만큼 이미 추세가 꺾였다"고 지적했다.
◇세수 부진, 하반기에 반전여부 불확실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 예고, 일본의 아베노믹스 등 대내외적인 경제 암초들이 도사리고 있어, 가장 미진한 법인세 징수의 목표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코스피 상장기업 중 1분기 영업이익 상위 20개사 중 15개 기업의 1분기 실적이 작년 동기보다 나빠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지난 6월 한 달 새 증권사 3곳 이상의 실적 추정치가 있는 상장사 135개사 중 3분의 2인 88개사(65.2%)사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가 하향 조정됐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국회 기회재정위 소속 안민석(민주당) 의원은 "정부는 하반기 경제상황을 낙관하고 있지만,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부진한 상황에서 목표한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보다 근본적인 세수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승양기자 sch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