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 도입에 지폐 제조량 감소…조폐공사 '적자', 통화유통속도 감소 요인도
5만원권 지폐 도입 후 파장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입 5년 만에 신규 지폐 제조량이 3분의 1로 줄면서, 화폐 제조를 독점해온 한국조폐공사는 적자로 돌아섰다. 중앙은행이 푼 돈이 시중에 얼마나 잘 도는지 보여주는 지표인 '통화승수'도 급격하게 떨어졌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14일 국회예산정책처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조폐공사가 제조해 한국은행에 공급한 지폐는 5억5,000만장으로 5만원권이 나오기 전인 2008년(17억1,000만장)의 32.2%에 불과했다. 5만원권 1장이 1만원권 5장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폐공사의 지폐 공급량은 5만원권이 도입됐던 2009년 9억9,000만장으로 거의 반토막난데이어 최근 3년간은 4억∼5억장 선에서 유지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5만원권 공급량은 2011년 1억1,000만장, 2012년 1억8,000만장 등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은 측은 "5만원권이 나온 뒤 1만원권 등의 수요는 감소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표도 5만원권 도입의 여파로 수요가 급감했다. 조폐공사가 시중은행에 공급하는 수표 납품량은 지난해 4억4,300만장으로, 2008년 10억8,800만장의 40.7%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은 조폐공사의 경영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신용카드 확산으로 수요가 위축돼 왔던 현금 사용량이 더 빠른 속도로 줄고 있기 때문이다.
조폐공사의 지폐 공급 매출은 2008년 1,321억원에서 지난해 785억원으로 40.6%가 줄었고, 매출 비중도 같은 기간 34.7%에서 22.3%로 낮아졌다. 조폐공사에서 지폐 제조는 2008년만 해도 매출 비중이 가장 큰 사업이었다. 동전도 같은 기간 매출 비중이 23.7%에서 15.7%로, 수표류도 9.8%에서 6.2%로 각각 낮아졌다.
이에 따라 조폐공사의 당기 순이익도 2008년 56억원에서 2009년 5억원으로 줄었고, 2011년에는 끝내 5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작년에는 영업이익이 21억원의 적자를 냈고, 당기 순손실은 60억원으로 커졌다.
통화지표 중 하나인 광의통화(M2)를 본원 통화로 나눈 '통화승수'의 하락 현상도 5만원권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한은 금융시장팀 김 철 과장과 표상원 조사역은 이날 '주요 통화관련 지표 동향 및 평가'란 보고서를 통해 "최근 통화승수의 하락세는 5만원권의 발행과 저금리 기조로 현금 보유 성향이 강화된 게 주된 이유"라 분석했다. 5만원권이 자기 앞수표를 대체한데다, 저금리 기조로 현금을 통장에 넣을 이유가 적어 돈이 은행이 아닌 장롱에 머물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승양기자 s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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