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고질적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허리가 끊겨있다는 점.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커가는 통로가 막혀 있다. 기업 사이즈가 작을수록 돈 구하기도, 투자 받기도 어렵다. '중소기업 대통령'을 표방하는 박근혜 정부가 올해부터 새로 도입, 2016년 상반기까지 매년 2조원씩 투입하는 성장 사다리펀드가 주목 받는 이유다. 오는 9월부터 본격 운용에 들어갈 이 펀드가 국내 창업 및 중소ㆍ벤처기업계에 어떤 파장을 몰고올 지 벌써부터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위는 성장사다리펀드를 운영할 운용사 선정작업을 8월까지 마치고 9월부터 운용을 개시할 계획이다.
모태펀드(Fund Of Funds) 형태인 '성장사다리펀드'는 2016년까지 3년간 1조8,500억원의 정책금융과 민간투자 4조1,500억원을 합쳐 총 6조원 규모로 조성돼 운영된다. 금융위는 현재 한국산업은행ㆍ기업은행ㆍ정책금융공사ㆍ청년창업재단 등 정책금융기관의 출연금 1조8,500억원을 통해 모태펀드 조성을 위한 기초작업을 완료한 상태다.
무엇보다 중소기업계가 성장사다리펀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벤처캐피탈업계를 통해 벤처기업과 기술형 중소기업에 투자된 총 금액이 2조원 정도인데, '이 펀드가 기존 투자금액과 맞먹는 연간 2조원을 추가로 지원하기 때문이다.
성장사다리펀드는 기존 벤처캐피탈과 달리 운용사의 높은 안전성을 자랑한다. 조성되는 6조원 가운데 5,000억원 규모가 투자에 실패해도 정책금융기관이 손실을 먼저 떠안는 후 순위 투자로 들어가, '모험자본'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민간 투자자가 손해 볼 확률이 그 만큼 낮은 셈이다. 결국 운용사는 보다 공격적으로 창업 및 중소ㆍ벤처기업 투자에 나설 수 있고, 그 혜택은 중소기업들에게 돌아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융위는 이와 함께 '성장사다리펀드'의 투자대상 기업을 창업 3년 미만의 초창기 기업, 투자형태도 보통주 중심으로 확대할 계획이어서, 창업 초창기 기업들이 큰 수혜를 볼 전망이다. 기존 벤처캐피탈의 주력 투자대상기업은 창업 3년 이상, 투자형태도 보통주 대신 우선주 등에 집중돼 왔다.
결국 국내 중소기업들은 다양한 형태의 투자를 전혀 받지 못한 채 자금조달 총액의 99%를 융자에 의존해 왔다. 2012년말 잔액 기준 국내 중소기업 조달금액 472조원 가운데 466조원(은행대출 461조원ㆍ정책금융 5조원)이 융자다. 이어 벤처투자 5조원, 주식 및 회사채 7,000억원 순이다.
금융위 당국자는 "중소기업들이 '성장사다리펀드'를 통해 창업ㆍ성장ㆍ회수 단계에서 다양한 형태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벤처기업 대표는 "'이 펀드가 중소기업 자금조달 패러다임을 융자에서 투자중심으로 바꿔놓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승양기자 s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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