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확보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새 정부의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재원 조달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당시 내건 복지 공약이 제대로 이행되겠느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정부는 지난 5월 140개 국정과제가 담긴 ‘공약 가계부’ 실천을 위한 134조8,000억원의 재원 마련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이 가운데 48조원(36%)은 국세 수입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 동안 통상적으로 걷어온 국세 수입 외에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해 별도로 세금을 더 걷어 48조원을 마련한다는 얘기다. 올해의 경우 지하경제 양성화 등으로 2조9,000억원을 추가로 걷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하지만 세수 감소 추세가 지속될 경우 지하경제 양성화로 아무리 세금을 더 걷더라도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벌써 목표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1차 타깃은 박 대통령이 대선 당시 내건 복지 공약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복지 분야는 ‘공약 가계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전체 재원 134조8,000억원의 58%인 79조3,000억원이 복지에 해당하는 ‘국민행복’ 부문에 투입된다. 올해의 경우 4조3,000억원이 이 분야에 배당돼 있다. 때문에 세수 감소가 현실화하면“복지 정책은 세입 증가 한도 내에서 하는 게 맞다”는 여론이 조성될 될 공산이 크다. 결국 복지 공약의 축소ㆍ후퇴로 이어질 수 있다.
복지 분야 가운데 세부적으로 가장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과제는 ‘국민행복연금’ 시행이다. 17조원의 예산을 종잣돈 삼아 65세 이상 노인에게 월 최대 20만원을 지급하도록 돼 있다. 노인 일자리를 매년 5만개씩 창출하는 사업에도 1조3,000억원이 투입된다. 결국 5년 간 노후 생활 보장을 통한 노인 빈곤 완화 등 노인 지원 강화에 총 18조 3,000억원을 투입하는 셈이다.
출산 장려 정책과 무상보육·무상교육 확대에도 적지 않은 재원이 소요된다. 1조2,000억원을 들여 셋째 아이 이상에 대학 등록금을 전액 지원해 준다. 자녀 장려 세제 도입으로 ‘새 아기 장려금’을 주는 데 2조1,000억원을 쓴다. 모든 계층에 0~5세 보육료 또는 양육수당을 지원하기 위해 5조3,000억원이 투입된다. 3~5세 누리과정 지원 단가의 단계적 인상에는 6조 5,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대학원 교수는 “출범 1년 차밖에 안됐는데 세수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5년 동안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겠느냐”며 “복지 예산 조정 등 정책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유찬 홍익대학교 세무대학원 교수는 “복지 정책은 당초 계획대로 밀고 나가되 증세 없는 재원 마련 방안은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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