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MB와 차별화'에 부쩍 애쓴다는 관측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의 국정원장 구속과 4대강 사업 감사 등으로 새 정부의 다른 면모를 뚜렷이 부각시키려 한다는 얘기다. 지난 정권의 비리와 실정(失政)이 국정에 부담이 되는 것을 막고 개혁 의지를 과시하는 노력은 어느 정권이나 한다. 다만 정치와 여론의 오묘한 동학(動學)을 깊이 헤아리지 않은 차별화는 자칫 잃는 것이 더 많을 수 있다.
지난 정부와의 '선 긋기'가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박 대통령은 온 국민이 분개한 원전 비리에 "과거 정부는 뭘 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도적 차별화는 두드러지지 않았다. 정부 출범 직후 지난 정권의 비리를 들춰내 정치 보복 또는 배신이란 말을 듣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원칙과 신뢰를 덕목으로 삼은 대통령답다.
이런 '원칙'은 국정원 국정조사를 둘러싼 여야 대치에 "국정원에 빚진 게 없다. 원칙대로 하라"고 말한 데서도 확인됐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국정원의 대선 개입은 대통령의 권위와 신뢰에 직접 영향을 줄만한 이슈다. 무턱대고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무리까지 있다. 그만큼 책임과 관계없이 부담이 크다. 이걸 피하려는 여당의 정략으로 의심 받은 NLL 논란도 별로 쓸모없는 듯하다.
이런 마당에 감사원이 내놓은 4대강 감사 결과가 국민을 놀라게 하면서도 이내 '코드 감사' 논란을 부른 배경이다. 청와대는 "비정상의 정상화일 뿐"이라고 말하고, 감사원은 "근거 자료가 많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수심 6m 깊이로 팠다는 구간은 실제 얼마 되지 않고, 운하를 전제로 했다면 보(洑)마다 다리를 놓았을 리 없다"는 MB쪽 항변을 그냥 흘려듣기 어렵다.
4대강 공사 부실 등 지난 정부가 남긴 숙제를 정치적 득실을 따져 미루는 건 무책임하다. 그러나 어설픈 차별화로 막연한 소득을 기대한다면 어리석다. MB가 추락한다고 이 정권이 높이 날아오르진 않는다. 오히려 발목 잡혀 함께 강물에 빠지는 것을 경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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