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개월 연속 연 2.50%로 동결하고, 올해 국내총생산(GDP) 기준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6%에서 2.8%로 상향 조정한 것은 경기가 점차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에 근거하고 있다. 한마디로 경기 하향 요인보다 상향 요인이 크다는 판단이 녹아있다.
그러나 한은의 경제 성장률 전망에 대해, 실현 가능성에 의문부호를 다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중국의 경기둔화, 일본의 아베노믹스 등 대외 악재가 산재해 있고, 내수 역시 아직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올해 성장률 2.8%는 지난 4월 발표한 기존 전망치(2.6%)에 기준금리 인하와 추가경정예산 편성의 효과를 더한 결과로 나온 것이다. 이 수치는 이미 김중수 총재가 한달 전 예고한 것이기도 하다.
김 총재는 지난 6월 기준금리 동결 직후 기자회견에서 "5월 금리 인하와 추경 편성 효과로 올해 성장률은 0.2%포인트, 내년은 0.3%포인트 올라갈 것"이라고 밝혔었다. 신 운 한은 조사국장도 이날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올해 예상 경제성장률을 0.2%포인트 상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의 이날 경제 성장률 상향 조정은 한은이 근래 전망한 최초의 상향조정이라는데 의미가 더 크다. 한은은 2011년 12월과 작년 4월 2013년 경제가 4.2%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 수치는 작년 3.8%(7월)→3.2%(10월)로 낮아졌고, 올 들어서는 2.8%(1월)→2.6%(4월)로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됐었다.
한은은 이날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근거로 민간소비 증가율이 기존 2.1%에서 2.5%로 올라간다고 봤다. 설비투자도 1.8%에서 2.3%로 예상했다. 글로벌 경기 개선과 정부의 투자활성화 대책이 효과를 본다는 의미다. 수출은 5.1%에서 5.2%로 소폭 늘지만,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수입(3.7%→3.2%)이 줄며 경상흑자 폭이 기존 330억달러에서 사상 최대규모인 530억 달러에 이른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선 한은의 경제전망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성장률 전망치가 곧 다시 하향 조정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일단 내수가 침체에 빠져있다. 1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전기대비 -0.4%)은 4년 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수준을 기록했고, 가계부채는 1,000조원에 달한다. 제1의 수출국인 중국의 성장에 대한 우려도 일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9일(현지시간) 세계경제 성장률을 3.3%에서 3.1%로 하향 조정했다. 외국계 투자은행 RBS의 분석에 따르면 세계경제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질 때마다 한국의 성장률도 0.95%포인트 동반 하락한다.
윤은혜 SC은행 이코노미스트는 "2분기 수출과 내수가 점진적으로 회복되겠지만, 회복속도는 정부나 한은 예상보다 느릴 것"이라며 "올해 한국경제가 2.5%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김중수 총재는 이날 "한은의 경제전망은 7월말 나올 예정인 2분기 GDP속보치를 바탕으로 나온 것"이라며 "한은 외에 (그런 정교한 분석을 내놓는 곳이)있을까 싶다"고 반박했다. 결국 누가 맞는지는 한은의 다음 전망이 나오는 10월에야 결판날 것으로 보인다.
정승양기자 s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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