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다음 어느 정부에서든 대운하 사업을 다시 추진할 것을 염두에 두고 4대강 공사를 벌였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는 우선 놀랍다. 반대 여론에 밀려 대운하 포기를 공식 선언한 단임 대통령이 그토록 대운하에 집착했다 니 선뜻 믿기 어려울 정도다. 특히 유력한 대권 주자였던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부터 반대한 사실에 비춰 아무런 기약 없는 대운하 재추진에 미리 맞춰 4대강 사업을 키웠다는 것은 그야말로 황당하다. 이 전 대통령과 관련 책임자들의 심리상태가 건전했는지 의심할 만하다.
감사원에 따르면 2009년 6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살리기' 계획 발표 4개월 전 청와대는 국토해양부 기획단에 "사회 여건 변화에 따라 추후 대운하 재추진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일렀다. 이 전 대통령이 불과 1년 전 대국민 연설에서 대운하 포기를 다짐한 것과는 전혀 다른 얘기다. 이 전 대통령은 국토부가 4대강 바닥 퇴적물만 파내겠다고 하자 "수심 5∼6m로 파라"고 지시하기도 했다고 한다.
감사원은 이 때문에 수심 2∼4m면 될 강바닥을 6m까지 팠고, 수량 확보를 위한 보(洑)도 당초 소형 4개에서 중· 대형 16개로 늘었다고 보았다. 사업비도 4조4,000억 원이나 늘었다. 대통령의 황당한 집착 때문에 막대한 국민 세금을 낭비했다는 결론이다. 감사원은 국토부가 사업을 서두르기 위해 건설사들의 담합을 알면서도 방치했고, 뒤늦게 나선 공정거래위원회도 과징금을 500억 원 가까이 깎아주었다고 밝혔다
이런 감사 결과는 대통령과 주무장관 등이 한통속이 돼 국민을 속였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정치적 과오를 넘어 법적 책임도 물어야 마땅할 것이다. 다만 2011년 첫 감사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했던 감사원이 올 1월 "보 설계부터 수질 관리까지 전반적으로 부실하다"고 했다가 다시 "대운하를 염두에 둔 공사"라고 결론 내린 것은 그 것대로 아주 우습다. 결국 누가 더 황당한지 국민이 각자 알아서 판단할 수밖에 없는 희한한 일을 지켜보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