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지냈던 내 자아를 되찾고 싶었습니다."
중견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결혼과 함께 두 아이의 엄마로 육아에 전념하다 보니 불혹을 훌쩍 넘기게 됐다는 이모씨. 아이가 중학교로 들어가면서 인생의 공허함이 밀려왔다고 한다. 이렇게 인생이 끝나나 싶어 뭔가를 해보고 싶었지만, 10년이 넘는 경력 단절의 벽은 컸다. 제대로 된 직장을 찾기 어려웠고, 월 100만원 벌 수 있는 허드렛일도 구하기도 여의치 않았다. 알음알음으로 지인의 친구가 하는 중국집, 이웃사촌이 운영하는 피아노교습학원에서 파트타임 잡을 얻었지만, 육체적 고달픔에 비해 손에 쥐는 돈은 보잘 것이 없었다. 고민하던 이씨의 눈에 CJ그룹의 '리턴십 프로그램'이 들어왔다.
이 프로그램은 CJ가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을 돕기 위해 마련한 맞춤형 인턴 제도. 인턴 기간 우수한 평가를 받으면 정식 직원으로 선발된다. 출산 등으로 2년 이상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지원할 수 있다. 물론 나이도, 학력 제한도 없다.
CJ가 이 프로그램 1기 지원 신청을 마감한 결과, 150명 모집에 2,530명이 지원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쟁률이 무려 17대 1에 달한다.
지원자 평균 연령은 39세로, 30대(51%)가 가장 많았고, 40대(36.6%)가 그 뒤를 이었다. 최고령자는 59세였다. 지원자의 평균 경력기간은 9년4개월, 평균 경력 단절 기간은 5년 3개월이었다.
학력별로 보면 초대졸 이상이 86.5%로 가장 많았다. 석사 학위 이상 고학력자도 240(9.5%)여명이 지원했다. 약사, 수의사, 간호사 등 자격증 보유자들도 있었다.
일과 가사, 육아 등을 병행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은 탓인지, 희망하는 근무형태는 시간제(4시간)가 67.7%로, 전일제(8시간·32.3%)보다 월등히 높은 점도 이채로웠다.
가장 인기가 있는 곳은 모집분야 11개 계열사의 32개 직무 가운데 1명씩만 선발하는 CJ올리브영 사무지원과 CJ오쇼핑 패션제품 체험 컨설턴트였다. 각각 200명 가량의 지원자가 몰려들려 뜨거운 경쟁률을 보였다.
CJ는 이달 중 면접 전형을 거쳐 내달 초 합격자를 발표할 계획. 활동기간은 9월부터 6주간이며, 최종합격 여부는 11월 초 결정된다.
CJ관계자는 "리턴십 1기의 경우 되도록 전원 정식직원으로 채용할 계획이지만, 적당한 일자리가 없으면 외부취업을 알선해 최대한 일터 복귀를 도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