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11일 아시아나항공 B-777기의 충돌 사고 직후 승객 탈출이 90초 이내에 이뤄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 조사가 필요하다고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당국과 언론이 사고의 원인을 조종사 과실로 무게중심을 두는 듯한 분위기에서 나아가 비상탈출 지연도 조종사의 늑장 대응으로 몰아가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서다.
NTSB 데버러 허스먼 위원장은 1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꼬리 부분이 잘려나간 동체가 활주로를 벗어나 360도 회전한 뒤 멈춰서고도 기장은 관제탑과 교신하느라 승객들을 자리에 그대로 앉혀놓으라고 승무원에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NTSB 측은 또 항공기 비상사태 때 90초 이내에 승객 전원을 탈출시켜야 하지만 지시를 내리지 않았고 그 때까지 첫 번째 탈출용 슬라이드도 내려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미 당국에 따르면 약 90초가 지난 뒤 2번 탑승구에 있던 승무원이 동체 외부 중간쯤에 치솟는 불길을 창문을 통해 목격하고 이를 조종실에 보고된 뒤에야 탈출이 시작됐다.
NTSB의 브리핑대로라면 아시아나 사고기의 기장이 대피 지시를 빨리 내리지 않아 탈출이 다소 늦어졌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대개 항공사의 모든 승무원들은 비상상황 발생 시 '비상탈출'을 선언한 뒤 90초 이내에 승객들을 대피시키도록 훈련 받고 있다.
그러나 승객이 가장 안전한 상황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의무와 책임이 기장에게 있기 때문에 비상탈출 선언은 기장이 관제탑 교신 후 여러 정황을 파악한 뒤 내리는 게 맞다는 지적도 있다.
국토부 측은 90초 이내 비상탈출을 해야 한다는 것은 '항공기 정지 후 90초 이내'가 아니라 '기장의 비상탈출 선언 후 90초 이내'에 승객을 탈출시켜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힌 뒤 승객 탈출과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한 전문가는 "만약 기체에 불이 붙었는데 어느 쪽인지 파악하지 않고 무작정 문을 열어 승객을 탈출시킬 수는 없는 것 아니냐"라면서 "비상탈출 선언까지 90초가량이 소요됐다면 관제탑 교신 후 항공기의 화재 방향 등을 파악하고 안전한 탈출을 시도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허즈먼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조종사들의 위치가 바뀌어 있었다"면서 이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경력이 많은 조종사가 왼쪽에 앉아 총괄 모니터를 하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며 이같은 사실은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는 기장과 부기장의 자리는 비행교범에 따른 것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평소 조종실 좌석 위치는 왼쪽 좌석이 기장석이고, 오른쪽 좌석이 부기장석이다"며 "그러나 (이번 비행에서는) 왼쪽좌석에 관숙비행중인 부기장이 앉았는데 이는 비행교범에도 나와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 실장은 "어떤 의도로, 어떤 사실로 미국 쪽에서 발언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은 정확한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발언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송원영기자 w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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