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문자를 보낼 때 실수를 하는 것은 어느 엄마나 다 같다. 그리고 누구에게 문자를 보내든 실수를 하는 것도 다 같다. 그런데도 자녀에게 문자를 보낼 때 유독 실수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이놈의 아들과 딸들이 재미있다고 인터넷이나 트위터 등에 띄워 널리 알리기 때문이다.
엄마들이 범하는 실수에는 가족(특히 자녀)에 대한 넘치는 사랑, 사랑받고 싶고 예뻐 보이고 싶은 귀여운 여심이 담겨 있어 보는 사람들이 재미있고 즐겁다. 앞으로 더 많은 실수를 하기를 충심으로 바란다.
어떤 아들이 카카오톡으로 아버지와 어머니를 함께 불러내 그룹 채팅을 시작했다. 부모는 지방에 사는가 보다. “아버지 어머니 바쁘십니까?” 그랬더니 엄마가 하는 말-. “엄마 서울 간다고 하고 친구들이랑 놀러 왔어.” 남편도 채팅창에 있는데 그걸 모르고 남편 속여먹은 이야기를 한 것이다.
어떤 엄마가 “여보, 앱 스토어에서 애무의 정석 검색해서 다운받아 봐요. 어제 저녁에 말한 거예요. 애무 200개 있다는 그 어플.” 하고 문자를 보냈다. 이건 어디를 어떻게 애무하는 게 좋은지 알려주는 미성년자 이용 불가 애플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앱스토어가 뭐야? 어플은 또 뭐고? 이렇게 묻는다면 학습 진도가 너무 떨어진 사람이니 뭐라고 더 말하기가 어렵다. 그런 사람들은 그냥 그러니라 하고 읽기 바란다.
좌우당간 엄마는 이걸 남편한테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아들이 “엄마”하고 나왔으니 기절초풍할 수밖에. 그래서 “잘못 보냈다. 미안, 아들.” 하고 문자를 띄웠다. 그런데도 대답이 영 떨떠름하자 “엄마 스마트폰이 해킹 당했는지 이상한 문자가 갔었네. 미안해.”라고 한다. 해킹을 당하면 그런 문자가 가나? 어디서 해킹이라는 말은 알아 가지고. 좌우당간 멋쩍은 엄마는 “밥 먹었니? 오늘 일찍 들어와 자라.”하고 딴소리를 한다.
이 사건에서도 알 수 있지만 엄마들의 관심은 온통 밥에 있다. 어떤 엄마는 직장에 다니는 아들과 문자를 주고받은 6일 동안 밥이라는 말을 아홉 번이나 썼다. 아들이 뭐라고 하든 엄마가 보낸 문자는 ‘밥’ 한 글자다. 단 한 번 예외가 있는데, 밤 9시 넘어 귀가한다고 알리는 아들에게 ‘운전 조심’이라고 보낸 것뿐이다.
대부분의 엄마들은 가족에게 맛있는 것을 해 먹이고 자신은 남은 것, 찌꺼기를 먹어 치운다. 식생활을 책임지는 주부로서 으레 그러려니 하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어떤 딸이 “밥 먹었쩌?”하고 묻는다. “그래.” “뭐 먹었쩌?” 그러자 엄마는 “니 먹고 나간 찌끄래기.”라고 문자를 날린다. 화가 나 밥상을 뒤집어엎는 이모티콘을 곁들여서. 아들이 이모티콘 좀 하라고 하자 “이모티콘도가 뭔데?” 하고 물은 아버지가 있던데, 그에 비하면 이 엄마는 ‘스마트폰 우등생’이다. 그렇다고 완전 화가 난 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재미있다.
엄마들의 재치와 유머는 기대 이상이다. 생각도 못했는데 갑자기 웃기니 요새 말로 빵 터지지 않을 수 없다. 엄마가 아들에게-. “냉장고에 토마토 재워놨다. 먹어.” “깨우면 돼?” “뭘?” “개그를 못 받네. 헐.” 그러자 아들의 개그를 뒤늦게 알아챈 엄마가 이렇게 응수한다. “자는 거 먹어. 눈치 못 채게.”
누리꾼들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문자 개그의 압권은 이거다. 엄마가 딸과 밥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저녁은?” “대충 먹음.” 이렇게 대답한 딸은 “집에 뭐 있어?”하고 묻는다. 그러자 엄마가 한 말. “미모의 50대 여인.” 딸은 “ㅋㅋㅋㅋㅋㅋ” 하고 써 보냈다. 참 귀엽고 사랑스러운 엄마다.
엄마의 문자는 아들보다 딸에게 보낸 게 더 솔직하고 재미있다. 같은 여성이어서 그럴 것이다. “엄마, 나 어떡해?” “왜?” “나 너무 예쁜 거 같아, 하...” 그러자 엄마는 “미친...”이라고 한다. 시집 간 딸이 임신 걱정을 하자 엄마는 “생리 끝나고도 임신될 수 있다.”고 알려준다. “말이 안 돼. 어케 돼? 불가능.”이라고 하자 “될 수도 있다더라. 의사가 티비서.” 그랬는데도 믿지 않는 것 같자 엄마는 “너 그렇게 임신됐어.”라고 알려준다. 장하다.
딸에 대한 사랑은 이런 문답에도 나타난다. “엄마 나 가슴이 작은 거 같아.” 내가 엄마인데 딸이 이렇게 호소한다면 뭐라고 답해야 좋을까? “괜찮아. 손 작은 남자 만나.” 이게 스마트한 엄마의 대답이다. “친구들이랑 놀고 있니? 지나가다 보니 오징어순대 같은 아이도 남자친구랑 다닌다.”고 애인 없는 딸 걱정을 하는 엄마도 있다.
“딸, 어디야?” “학교. 추워. 눈 와.” “아가씨 낭만도 없어? 데이트 해야지 추워가 뭐야?” “남자친구가 없으니 낭만이 없지. 그냥 추워.” 이에 대해서 “공부도 안 했고 남자도 없고 니가 한 게 뭐야.”하고 묻는 엄마는 진짜로 딸이 미워서 그런 걸까? 당연히 아니지. 케이크 사진을 보내고 “웬 케익이래유?”하자 “생일 미리 축하.”라고 한 엄마는 딸이 “ㅋㅋㅋ 미리 감사.”라고 하자 “케이크는 우리가 먹음.”이라고 약을 올린다.
마지막으로 진짜 스마트한 엄마의 문자 한 가지. “나 도서관에서 밤 샌다.” “ㅇㅇㄷ” “알았다고 치기가 귀찮아?” “ㄱㄹ” “ㅋㅋㅋㅋㅋ” “ㄱㅁ” “그만하라구?” “ㅇ.” 여기 나오는 ㄱㄹ은 그래, ㅇ은 응이다. 나도 오늘은 여기서 ㄱㅁ해야겠다.
임철순 한국언론문화포럼 회장 fusedt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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