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외사부는 10일 해양경찰청의 해상 초계기를 도입하는 과정에 개입한 무기 중개업자들이 거액의 리베이트를 챙겨 해외 페이퍼컴퍼니에서 세탁한 뒤 빼돌린 혐의를 잡고 대우인터내셔널 본사 등 5곳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했다.
조세회피처 등을 활용한 역외 탈세 사범에 대해 검찰이 본격 수사에 나선 것은 현정부 들어 사실상 처음이다.
검찰은 이날 수사진을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있는 대우인터내셔널 본사와 마포구의 L사, L사 대표 이모씨의 자택 등에 투입해 회사 내부 문서와 회계자료, 하드 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검찰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2008년 해경으로부터 위탁 받아 해양경찰의 초계 임무에 투입될 해상초계기 CN235-110 항공기 4대를 2011년까지 인도네시아에서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시 방사청은 공개 입찰에 응한 5개 업체 중 기술 능력과 가격 평가를 거쳐 인도네시아 PTDi사와 항공기 도입을 위한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
CN235-110기의 대당 가격은 2,500만달러(약 330억원)로 부대 비용 등을 포함하면 총 1,500억원에 달한다.
당시 거래는 중개업체 대우인터내셔널을 퇴직한 직원들이 담당했다. 이들 퇴직 직원은 대우인터내셔널 이사를 지낸 이씨 등을 중심으로 중개 거래업체인 L사를 세워 운영했다.
검찰은 이씨 등이 인도네시아 업체로부터 중개 대가로 수십억원의 리베이트를 챙겨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있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자금을 세탁한 뒤 국내에 들여온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페이퍼컴퍼니는 대우인터내셔널 출신인 이씨가 설립한 '콘투어 퍼시픽'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들 중개업자 및 돈세탁에 활용된 것으로 보이는 해외 페이퍼컴퍼니와 연결된 계좌를 추적하며 의심 자금의 규모와 용처 등을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이 같은 방식으로 중개업자들이 세탁한 돈이 방사청이나 해경 관계자들에 대한 로비 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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