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기초단체 지방선거에 대한 정당공천제 폐지 문제를 다음 달 말까지 매듭짓기로 했다고 한다. 황우여 대표가 9일 기자들과 만나 그렇게 밝혔다. 이미 지난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당장 내년 지방선거부터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후보를 공천하지 않는 것이 옳다.
기초단체의 정당 공천제 폐지는 민주당도 공약한 사항이다. 선거 때마다 후보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뒷거래 논란을 떠나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에 중앙 정치가 끼어들 필요가 애초부터 없었다. 오히려 공천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풀뿌리 자치가 중앙 정치에 휘둘리는 폐해가 두드러졌다. 그런데도 여야 모두 공천제 폐지를 주춤거린 것은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의원들의 반대가 많은 때문이다.
정당 공천제를 폐지할 경우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반대 논리도 나름대로 일리는 있다. 공천을 없애면 지역 유지와 토호들이 '돈 선거'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자리를 거의 장악하게 되고, 정치 신인들이 진출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기초단체와 의회가 온통 정당 이기주의에 휩쓸리는 현실은 바로잡아야 마땅하다.
흔히 '민주주의 꽃'이라고 부르는 지방자치제가 어째서 지금껏 제 기능을 다하지 못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주민들의 참여가 상대적으로 쉬운 기초단체에서도 지역 여건에 맞는 참다운 지방자치가 이뤄졌다고 말하기 어렵다. 정당 공천을 받아 지역 일꾼으로 선출된 자치단체장들이 주민들의 이익을 좇기보다는 정파적 이해를 앞세웠던 탓이 크다. 결과적으로 주민들의 삶의 질도 개선될 수 없었다.
기초자치 단체장 후보의 정당 공천은 1995년 지방자치 실시 때 도입됐다. 이후 부작용이 뚜렷이 드러났는데도 정치권은 2006년부터 기초의원 선거에도 정당 공천을 도입했다. 그렇게 지방자치까지 '편 가르기' 정치로 오염된 현실을 국회의원들의 이기심 때문에 마냥 그대로 끌고 갈 수는 없다. 진정한 풀뿌리 자치를 위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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