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10일 개성공단 정상화를 논의하기 위해 공단 내 종합지원센터에서 머리를 맞댔다. 지난 7일 회담 당시 무박 2일 동안 12차례 회의를 하며 '원칙적 공단 재가동'에 합의했던 남북은 이날 40분(1차) 20분(2차) 7분(3차) 단위의 수석대표 접촉 3차례, 전체회의 2차례를 열고 조율을 시도했지만 결국 회의 시작 7시간 여만인 오후 5시44분 합의문 없이 회담을 종료했다.
종합지원센터 13층 개성공업지구관리위 사무실에서 진행된 이날 회담은 당초 오전 10시부터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통신선 문제로 지연돼 10시35분쯤 시작됐다. 북측 수석 대표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은 사흘 만에 만난 우리 측 수석대표 서호 통일부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에게 "오시느라 수고 많았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서 단장은 "네, 감사합니다. 비가 좀 오네요"라며 "우리 단장 선생하고 7일 서로 합의해서 우리 기업들이 비가 오는데도 설비도 점검하고 하니까, 하여튼 남북이 합의하고 준수하는 게 신뢰의 첫걸음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에 박 부총국장은 "비가 많이 오는데 기업 설비ㆍ자재 상황 걱정이 큽니다"고 답했다.
오전 전체회의는 재발 방지 요구(남측)와 선(先) 재가동(북측)이란 양측의 입장만 확인한 채 25분만인 11시에 종료됐다. 남북은 오후에도 세 차례 수석대표 접촉을 이어가며 협상을 계속했지만 줄다리기를 반복했다. 결국 오후 5시40분부터 4분간 열린 종결회의(전체회의)를 끝으로 15일에 후속회담을 갖기로 한 채 회담을 마쳤다.
북한의 일방 통제 이후 98일 만에 취재진에 목격된 개성공단은 공단 내 신호등이 모두 꺼지고 편의점과 주유소 등도 불이 꺼진 채 문이 굳게 닫혀 있는 등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다. 공단 내 인도와 야외휴게소 등에는 관리가 잘 이루어지지 않은 탓인지 잡초가 10~20㎝쯤 자라 있었다. 북측 출입소 바깥의 시계탑 2개 역시 시간이 맞지 않았다. 회담이 열린 종합지원센터 2층 식당 내 냉장고엔 음식 재료가 거의 없는 등 관리되지 않은 흔적이 곳곳에 있었다.
이날 개성공단을 방문한 관계자들은 공단 방문 직후 오후 늦게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취재진과 만나 "생산설비 상태가 예상했던 것보단 양호하고 물품도 온전히 보전돼 있었다"면서도 "장마로 인해 기계들이 눅눅한 상태였고 녹슨 부분도 많이 눈에 띄었다"고 전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특히 정밀기기의 센서 부분은 사실상 재가동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습기가 꽉 차 있는 게 가장 심각한데 이대로 두면 모든 기계가 망가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체 대표들은 현지에서 만난 북측 관계자들이 공장 재가동을 절실히 바라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한 기업 대표는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담당자는 북측 근로자 5만3,000명이 다른 곳에 가지 않고 재가동을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북한이 절실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개성공단=공동취재단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