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가 핵심 대선 공약이었던 ‘한반도 대운하’ 포기를 발표한 뒤에도 이 사업의 재추진을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을 설계한 것으로 10일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4대강 사업의 준설 규모를 대운하 사업 추진에 무리가 없도록 확대하면서 건설사들의 입찰 담합과 관리 비용 증가, 수질 관리 문제 등을 유발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4대강 살리기 사업 설계ㆍ시공 일괄입찰 등 주요 계약 집행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은 “사실이라면 국민을 속인 것이고 국가에 엄청난 손해를 입힌 큰 일”이라고 말해 4대강 감사를 둘러싸고 전ㆍ현정권 간의 갈등이 증폭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옛 국토해양부)는 이 전 대통령의 대운하 중단 선언(2008년 6월) 이후인 2009년 2월 “사회적 여건 변화에 따라 운하가 재추진될 수 있으니 대비가 필요하다”는 청와대의 요청에 따라 이를 반영한 4대강 사업의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GS건설, 대립산업으로 구성된 경부운하 컨소시엄이 그대로 4대강 사업에 참여하게 돼 대형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을 통해 낙찰 예정자를 사전 협의하는 등 담합을 저지를 수 있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또 국토부는 건설사들의 담합 정황이 포착됐는데도 별다른 제재 없이 사업비 4조1,000억원 규모의 1차 턴키공사를 발주해 담합을 사실상 방조했다. 특히 대운하 재추진을 고려해 당초 계획보다 보(洑)의 크기와 준설 규모를 확대함으로써 관리비 증가, 수질 관리 곤란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이번 감사에서는 공정위가 건설사들의 담합 의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처리를 지연하고 과징금을 깎아준 사실도 확인됐다. 공정위는 1차 턴키공사 담합 사건을 조사하면서 2011년 2월 심사보고서 초안을 작성하고도 이듬해 5월에야 전원회의에 안건을 상정했다. 공정위는 또 ‘12개 건설사에 1,56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6개사를 고발한다’는 사무처 의견을 전원회의에서 8개사에 1,115억원의 과징금만 부과하는 것으로 축소 변경했다. 감사원은 2차 턴키공사와 총인처리시설(하수오염 저감시설) 공사에서도 ‘들러리 입찰’ 등 가격 담합 정황을 확인함에 따라 공정위원장에게 위반행위를 조사하도록 통보했다.
이에 대해 이 홍보수석은 “전모를 확실히 밝히고, 진상을 정확히 알아야 할 것”이라며 “국민에게 잘못된 부분은 잘못된 대로 알리고, 바로잡아야 할 것은 바로잡고, 고쳐야 할 것은 고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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