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4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침략 역사 판단을 정치가가 아닌 역사가에게 일임해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해 "일본 정부 최고 정치지도자의 안이안 역사인식에 실망과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전날 아베 총리의 문제 발언에 대응해 배포한 당국자 논평을 통해 "아베 총리의 발언은 기존 일본 정부 입장과 일치하지 않는다"면서 "침략 책임을 고의로 외면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외교부는 "우리 정부는 일본 정치지도자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근 국가들과 신뢰를 쌓는데 최선을 다할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전날 일본기자클럽 주최로 열린 당수 토론회에 참석해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이 근린 제국을 침략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침략 정의 자체가 정치·외교 문제화된다"면서 "침략 여부 판단은 정치가가 아닌 역사가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995년 '무라야마 담화'가 인정한 과거 침략과 식민지 지배에 대해 "나는 식민지 지배 혹은 침략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지는 않았다"고 피해나갔다.
앞서 아베 총리는 4월 23일 참의원 예산위원회 답변에서 "침략 정의는 학계적으로도 국제적으로도 정해지지 않았다. 국가간의 관계에서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언급해 침략을 부정하는 역사인식을 드러냈다.
아베 총리의 이날 토론회 발언은 당시 답변에 비해서는 한발 후퇴한 것이지만 침략 여부에 관한 질문을 교묘한 수사로 피해나갔다는 점에서 과거 침략 사실 등을 둘러싼 역사인식에 변화가 없음을 짐작케 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