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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7월 5일] 쿠데타로 끝난 이집트의 '민중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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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7월 5일] 쿠데타로 끝난 이집트의 '민중 혁명'

입력
2013.07.04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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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의 봄' 민중 혁명을 상징하던 이집트의 소란한 민주주의 실험이 결국 군부 쿠데타로 끝났다. 이집트 군부는 어제 전국적인 민중 시위로 통치력을 잃은 무르시 대통령의 권한을 박탈하고 군 시설에 억류하는 한편 헌법을 정지시켰다. 또 헌법재판소장을 임시 대통령에 임명하고, 대선과 총선 실시 등의 정치 일정을 발표했다.

이로써 지난달 30일부터 '무르시 하야'를 외치는 시위와 반대 시위로 혼미한 상황이던 이집트의 위기는 일단 진정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2011년 무바라크 30년 독재를 무너뜨린 민중 혁명의 화려한 불꽃은 변덕스러운 민심의 이반을 틈탄 군부 개입으로 2년 반 만에 사그라졌다. 7,000년 역사상 처음으로 민주 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뽑은 지 겨우 1년 만이다.

군부를 이끄는 엘 시시 국방장관은 "무르시 대통령이 국민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축출 이유를 밝혔다. 무르시는 혁명 이후 혼란에 따른 관광객 감소와 물가 폭등 등 민생 경제의 위기를 적극 수습하지 않은 채 권력기반 강화와 이슬람주의 확대에 집착, 민심 이반을 불렀다. 지난해 11월 자신의 권한을 강화하는 대통령령을 발표했다가 세속주의 야권 세력의 반대 시위에 밀려 철회한 것이 대표적이다.

무르시의 실정과 실각은 군부를 비롯해 체제 전반에 뿌리 깊은 세속주의 기득권 세력과의 타협과 화합을 외면한 데서 비롯됐다. 무르시의 세력기반인 무슬림형제단은 일찍이 전제 왕정을 타도한 나세르의 군사혁명에 협력했으나, 체제 장악을 노리고 나세르 암살을 시도했다 불법화된 이래 탄압과 투옥, 유폐의 고난을 겪었다. 이 때문에 수십 년 간 비밀 결사와 지하 활동을 하면서 민주정치 경험은 쌓지 못했다. 오만하고 무능한 정치로 민심과 권력을 허망하게 잃은 근본 원인이다.

이집트는 군부의 이슬람주의 세력 탄압과 무슬림형제단의 저항으로 적지 않은 혼란이 예상된다. 그러나 탱크로 수도 카이로 등을 장악한 군부는 강력한 체제 중심세력인데다 국민 다수의 지지와 미국의 지원까지 업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조기 권력 이양을 바란다"며 사실상 쿠데타를 추인했다. 따라서 이집트는 무바라크 축출 뒤와 마찬가지로 군부가 후견인으로 버틴 가운데 힘겨운 민주주의 실험을 다시 시작하게 됐다.

이집트의 오랜 실세 군부가 전면에 나선 카이로의 정변을 '쿠데타냐 아니냐 '고 논란하는 것은 위선적이거나 무지하고 쓸모없다. 진정한 민주주의를 꽃 피울 나일강변의 봄은 아직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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