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및 부속자료 원본 열람에 합의해놓고도 국정원이 보관하고 있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육성파일' 공개 여부를 두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 일각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을 완전히 끝내기 위한 방편으로 계속 거론되자 민주당이 이를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육성파일 공개 문제는 새누리당 소속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이 제기하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서 위원장은 3일 "대화록 원문의 공개가 잘 진행되지 않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간다면 상임위 차원에서 국정원에 보관된 녹음파일 공개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가기록원의 대화록 공개가 법률상 문제 등으로 인해 원활치 않을 경우 국정원 녹음 파일을 원본과 비교한 뒤 차이가 없으면 공개하자는 취지이다.
서 위원장 이외에도 새누리당 내에서는 육성 파일 공개 필요성에 공감하는 기류가 일부 있다. 실제 국가기록원 대화록 공개를 위한 여야 협상 과정에서 새누리당은 국정원 소장 녹음 파일 공개를 주장했지만, 민주당이 반발해 결국 합의하지 못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4일 "일단 국가기록원 자료 공개 여부를 지켜봐야 하지만 법적 문제로 공개가 잘 안 될 가능성이 많다"며 "합법적인 절차를 밟아 육성 파일이 공개된다면 정확한 내용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소모적 논란을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소극적인 입장이다. 육성 파일 공개가 법적 정당성 논란 등 또 다른 파장을 낳을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지도부가 그것(음성 파일 공개)까지 어떻게 하라고 간섭할 의향은 없다"고 말했다. 윤 수석부대표는 대신 "국가기록원 대화록 열람 후 여야가 공동으로 보고서를 채택해 NLL 논란에 대한 출구전략을 만드는 게 낫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는 "국정원이 보관 중인 녹음 파일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자의적으로 공개할 수 없는데, 국정원의 대화록 불법 공개에 이은 또 다른 불법 행위를 저지르려는 시도"라며 "이미 국회 의결로 국가기록원에 있는 녹음 파일도 열람키로 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같은 당 박지원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일부에서 알려진 바에 따르면 (국정원이) 청와대가 보관하고 있는 녹음 파일을 벌써 '마사지'했다는 것(얘기)도 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이 보관 중인 음성파일에 대해 '변조'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처럼 여당 지도부가 소극적이고 민주당이 강력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육성파일 공개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