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프레즌테이션을 할 때 제법 현란한 어휘를 사용하는 사람이 꼭 있기 마련이다. 우선 한국의 직장에서는Presentation을 PT라고 줄여 말하는 사람이 99%인 듯한데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오직 한국인뿐이며 100% Konglish이다. 원어민의 경우 발표 내용 중에 멋진 ';업무 유행어';(buzz words)을 사용하거나 논문에서나 나올 법한 용어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
가령 ';for example';라고 말하면 간단하고 쉬운 것을 ';We produce almost any kind of music, e.g., country, rap, jazz.';처럼 말한다. 또 ';We deal with almost anything, i.e., we produce any kind of music.';도 마찬가지다. e.g.(=exempli gratia, for example)와 i.e.(id est, that is)가 모두 Latin어인데 이러한 고전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제법 유식해 보이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Greek에서 온 Q.E.D.도 quod erat demonstrandum을 줄여 말하는 것인데 ';좀더 예를 든다면';의 뜻으로서 다른 대체어가 있는데도 어려운 고전 줄임말을 사용한다. 간단하게In terms of(~로 말하면) Vis-a-vis(~와 비교하여) Per se(=in itself, 그 자체로) As it were(말하자면)Qua(=as ~로서) So to speak(소위) 등이 더 쉽고 듣기도 편하다. 이런 어구들이 토론에서도 곧잘 쓰이지만 특정 내용을 강조하기 위해서 필요 이상으로 남용하는 게 문제다.
발표 시에는 말의 연결과 흐름을 자연스럽게 하는 소위 ';강조 연결어'; ';강조 어구';들이 나오는데 in particular, most important, indeed, chiefly, note that ~, certainly, to this end, with this object, equally important 등이 좋은 예다. 이런 어구는 대담 프로 5분만 들어도 수십 번 듣게 되는 표현이다. 일부 문법학자들은 이런 말은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기 때문에 사용을 절제하라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들 표현을 각각 번역해 보면 ';중요한 것은, 확실히, 정말이지'; 정도의 뜻일 뿐 내용은 없다. 없어도 말의 흐름이나 얘기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인데 습관상 쓰거나 남에게 잘 보이려는 의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인용 부분을 소개하면서 ';quote, unquote';을 남발하는 것도 똑같이 청자에게 신경 쓰이는 말들이다. 인용 문장을 말로서 소개할 때 quote ';xxx'; unquote로 말하는 것은 당연한 방법이지만 정작 문제는 이런 용도를 과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현학적(pedantic)인 용어는 1차적으로 호감을 사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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