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계부채 현황도 파악하지 않고, 두루뭉술한 대책을 내놓는 것 아닌가"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가계부채 정책 청문회'에서는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특히 여야 의원들은 가계부채를 판단할 기초자료 조차 부실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가계부채와 관련해 금융위원회에 자료를 요청했는데, 소득분위별, 신용형태별, 금융권별, 대형태별 세분화된 통계가 없다고 하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금융위가 내놓은 가계부채 규모는 올해 3월말 기준 961조6,000억원. 하지만 전날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158조원을 웃돈다고 밝혔다. 3개월여간의 시차를 감안하더라도 두 기관의 통계숫자에서 200조원 가량 차이가 나는 셈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의원들의 잇단 질의에 대해 "금융연구원 내에서 소득분위별ㆍ연체기간별로 작업을 하고 있다"며 저소득층 부채현황에 대해 전수조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가계부채의 규모나 심각성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지만, 정부는 일단 당장 위험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저소득 다중채무자가 141만명에 이르는 등 부실위험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어, 앞으로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대책마련을 하고 있다.
우선 전체 가계빚이 더 이상 늘지 않도록 총량 관리를 통해 연착륙을 유도하는 한편, 일자리 창출을 통해 가계소득을 늘려 빚 상환능력을 높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변동 금리 대신 고정 금리 대출상품의 비중을 늘리고, 하우스푸어 채무를 재조정해주며, 대부업 및 불법 사금융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은행도 이날 가계부채 현황보고를 통해 "경제성장률 및 주택가격 급락 등 예상치 못한 경제충격으로 가계부채가 심각해질 때를 대비, 비상계획을 마련하겠다"며 "최악의 경우 배드뱅크(bad bank)에서 부실채권을 인수해 광범위한 채무재조정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특히 저소득층과 노인층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가계부채 상황이 악화되고 있음을 걱정하고 있다. 또 가계부채 상환 부담이 소비를 제약해 경기회복을 지연시키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날 청문회에 보고된 자료를 보면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 중 저소득층의 비중은 상당했다. 다중채무자 중 연소득 3,000만원 이하 대출자 비중이 2009년 33.2%에서 지난해 43.9%로 급증한 것. 지난해 말 기준 다중채무자가 322만명인 점을 볼 때 저소득 다중채무자가 141만3,500여명에 달하는 셈이다.
때문에 금융 당국은 우선 가계부채 완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당장 일시 상환, 변동 금리, 거치식 중심의 대출구조를 분할 상환, 고정 금리, 비거치식으로 전환이 이뤄지도록 유도해, 가계의 빚 부담을 덜어줄 방침이다. 현재 전체의 14% 수준인 고정금리, 비거치식 분할상환대출 비중을 2016년 말 30%까지 늘린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은행권 중심의 저신용·다중 채무자에 대한 프리워크아웃(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제2금융권으로 확대하고, 자영업자에 대한 프리워크아웃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가계부채가 더 이상 악화하지 않도록 총량 관리와 함께, 일자리 창출을 통해 소득을 늘려 채무상환능력을 높이는 데에도 역량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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