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특허에 대한 포괄적인 특허공유(크로스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국내 반도체 라이벌 간 첫 특허공유로,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1, 2위를 차지하는 두 회사간 모범적인 '상생 모델'을 제시한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특히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 중 '상생 협력'을 이끄는 좋은 선례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3일 서울 모처에서 양사 대표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양사가 보유한 반도체 특허 전체를 대상으로 크로스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과 로열티(특허 사용료) 등 세부 계약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양사의 특허 포지션과 사업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가장 합리적인 조건으로 특허공유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양사는 향후 발생 가능한 특허 분쟁, 특히 국내 기업간의 불필요한 소모전 대신 신규 시장 개척을 위한 신기술 개발 및 기술 혁신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해외에서 각종 특허분쟁에 시달려온 두 회사는 소모적인 분쟁을 피하는 것이 상호 경쟁력 강화에 유리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2010년부터 물밑 협상을 진행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1984년 최초로 미국에 반도체 관련 특허를 등록시킨 이래 전세계적으로 총 10만2,995건의 특허를 보유 중이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 현재 2만1,000여건의 특허를 갖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계약 체결이 국내 정보기술(IT)업체 간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하는 좋은 선례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2010년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크로스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바 있어 SK하이닉스과의 계약은 두번째라고 할 수 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보다 앞선 지난 2007년 일본 도시바와, 2012년에는 미국 스펜션사와 특허공유 계약을 맺은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세계 시장을 두고 다투는 국내 기업들이 특허로 인한 잠재적인 분쟁 가능성을 해소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특허공유 계약 조건과 관련, "양사가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는 거의 대등한 기술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시스템 반도체의 경우 삼성전자가 우위를 점하고 있어 별도의 조건을 두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한편 디스플레이 특허 분쟁을 벌여온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도 지난 3월부터 특허공유를 염두에 둔 협상을 진행 중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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