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압박과 현실적 필요성 고려… 남북 간 제한적 상황에서 타협 시도
북한이 3일 개성공단 기업인과 관리위원회 인원들의 방북을 허용한 것은 형식적으로는 이날 오전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의 설비 이전 추진 입장에 대한 반응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의 속내는 연이은 대화 공세에도 국제적 고립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남북 대화 제스처를 보임으로써 6자회담 재개나 북미회담 개최 등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데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비공식 6자회담으로 여겨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도 의장 성명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담아내는 데 실패하는 등 국제적으로 고립됐다. ‘평화적 핵개발 권리’ 주장은 국제사회의 공감을 얻기는커녕 그나마 우호적이었던 아세안 일부 국가마저 등을 돌린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측 개성공단 기업들이 북한 당국에 “즉시 설비 이전에 필요한 제반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구한 것은 오히려 자신들의 대화 공세를 전개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겼을 수 있다. 비록 북한이 2ㆍ29북미 합의 파기 등을 놓고 ‘미국 책임론’을 주장하고는 있지만 “남북관계 개선이 전제되지 않으면 북미 관계의 근본적 개선에 나설 수 없다”고 거듭 강조하는 미국의 요구를 무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다고 당장 남북 당국회담 개최는 어려운 만큼 개성공단 자재 관련 조치를 계기로 대화를 모색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 북한이 이번 제안을 계기로 남북 당국 간 회담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미 고위급회담이나 6자대화 재개를 위해 북한 입장에선 남북관계를 어느 정도 개선시킬 필요성이 있다”며 “이번 제안도 대화를 위해선 북한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압박을 고려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으로선 가뜩이나 장마철로 접어든 상황에서 설비나 생산품이 쓸모 없게 되는 현실적 고려도 감안했을 것으로 보인다. 공단에 남아 있는 설비가 실제로 3국 등으로 옮겨질 경우 북한도 위기 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이 관심을 유지해달라는 차원에서 이탈 방지를 위해 내놓은 메시지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이번 제안은 국제적 압박과 현실적 필요성이 맞물린 상황에서 제한적 상황에서라도 우리 정부와 타협을 모색하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북한의 방북 허용 입장에 입주 기업들이 환영을 표시하며 우리 정부의 승인을 요구하고 나선 데서 보듯 이번 제안을 통해 남남 분열을 꾀하려는 의도가 깔렸을 수도 있다. 우리 정부는 남북 당국회담 무산 이후 개성공단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 실무회담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해왔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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