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지역은 아열대 기후로 세계의 곡창지대다. 항상 물관리가 필요한 지역으로, 인도차이나 반도에는 남북으로 흐르는 네 개의 큰 강이 있다. 베트남의 홍강, 중국 티베트에서 출발하여 인도차이나 반도를 관통하는 메콩강, 버마의 이라와다강, 그리고 태국의 짜오프라야강은 광활하고 비옥한 삼각주 지대에 수원을 공급해왔다.
특히 동남아 중심도시인 방콕을 관통해 흐르는 짜오프라야강은 해마다 우기 때 홍수와 건기에 가뭄으로 물관리가 어려운 강중의 하나이다. 2011년에 발생한 홍수는 태국의 사회, 경제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심각했다. 그래서 태국정부는 짜오프라야강 8개 유역과 기타 강 17개 유역의 통합물관리 대책을 수립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을 계획하게 된 것이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는 민간 건설업체와 함께 태국사업팀을 구성해 총 11조원에 해당하는 사업의 56%에 차지하는 6조1,000억 원에 물관리사업(방수로, 저류지 2개 분야)을 수행하는 태국정부와 가격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했다. 지난 45년간 축적된 우리의 치수 및 이수 관련 종합 물관리 기술과 최근 굴포천 방수로 사업 등과 같은 하천사업을 통해 선보인 대형건설사의 기술력, 적극적인 수주지원 활동으로 얻어낸 소중한 성과다.
성공적인 수주를 위해 지난해 8월 국토해양부장관을 단장으로 하여 수자원분야 협력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였고, 한국 대통령과 태국 총리와의 면담을 시행하고, 올해 5월에 태국 치앙마이에서 열린 아시아 워터 서밋에서 한국 총리와 태국 총리와의 면담 등으로 힘을 불어넣어준 것이 큰 몫을 하였다. 또한 민관협력사업(PPP:Private-Public Partnership) 형태로서 태국 정부의 계획에 맞는 전략을 세우며, 현지 상황을 잘 이해한 차별화되는 설계를 마련할 수 있었다. 향후 우리 기업이 해외 진출할 때 활용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모델의 하나를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성공적인 사업으로 역사에 남기 위해서는 앞으로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 있다. 첫째, 과거 유사 사례나 경험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 과거 태국에서 시행되었던 여러 국책 사업 등의 검토를 통해 타당성 조사 등 사전에 꼼꼼한 사업 평가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 태국 정부의 토지보상 지연, 불명확한 보상스케줄 등으로 인해 사업 진행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에 대비하여야 한다.
둘째, 철저한 공정관리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사업초기에 실시하는 사회환경·건강영향 평가는 행정절차를 고려할 때, 평균 1~2년이 소요된다. 사업기간을 5년으로 한정하고 있어서 기간 내에 조사와 설계, 건설을 완료하기에 부담이 있다. 따라서 사업 초기에 면밀한 검토와 함께 전문 인력을 집중 투입하여 조사 및 평가기간을 단축할 필요가 있다.
셋째, 태국의 관련 기관 등 사업시행 주체와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하여야 한다. 한국에 비해 태국의 지방은 아직까지 치안상태가 불안하다고 한다. 태국은 네팔 다음으로 비정부기구(NGO) 및 환경단체의 영향이 큰 나라로 알려져 사업추진 시 잠재적 리스크를 안고 있다. 원활한 사업 수행을 위해 태국 정부와 협력 체계를 유지하고, 주변의 정세에 귀를 기울여 사회 단체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폭넓고도 꼼꼼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저수지와 보를 설치하여 물관리에 치중해 왔다. 전북 김제의 벽골제는 단순히 우리나라 최초의 저수지라는 의미뿐만 아니라, 당시에 이미 고도로 발달된 토목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음을 입증해 준다. 앞으로 직면할 전 지구적 기후변화과정에서 위기에 대한 가장 혁신적인 응답을 발견한 사회는 승자가 될 것이다.
태국의 방콕을 관통하는 짜오프라야강을 비롯한 25개 강에서야말로 대한민국이 세계 물산업 시장의 강자임을 증명할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최병습 한국수자원공사 설계지원처장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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