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6월 국회 마지막 날인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등 자료 제출 요구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강제 당론’을 들어 의원들의 소신 투표를 막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정치 쇄신을 기치로 여야 모두 강제 당론 폐지를 거론해 놓고 ‘서해 북방한계선(NLL) 발언’ 논란을 둘러싼 대치 상황에서 표 단속을 위해 이를 다시 꺼내든 것은 정치 쇄신 흐름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본회의 표결에 불참한 뒤 ‘엉터리 국회에 대한 반성문’이란 논평을 냈다. 하 의원은 논평에서 “국회가 국가기록원 대화록 열람을 결정한 오늘은 정말 슬픈 날”이라며 “국회가 국민들을 잘못 이끌면 국민들이 얼마나 피곤해지는지 절감케 하는 날”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본인은 이번 정상회담 대화록 자료요구서가 안건으로 상정되는 것 자체를 반대했기 때문에 본회의에 출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에선 하 의원 외에 재선인 김영우 신성범 의원도 ‘소신 불참’ 대열에 동참했다. 김 의원은 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여든 야든 정상회담 기록을 공개하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더구나 이를 강제 당론으로 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5선의 이재오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ㆍ중진연석회의에서 “강제적 당론이라니까 찬성했지만 이 근원은 다 국정원 때문에 생긴 것”이라며 “그 사람들이 가만히 있었으면 오늘 이 정쟁에 휩쓸릴 일이 있었겠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입법권을 강제 당론으로 정한다면 국회의원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역시 표결 처리를 강제 당론으로 정한 민주당에서는 박지원 추미애 김성곤 김승남 의원 등 4명이 반대표를 찍었고, 같은 당 김영환 의원은 기권표를 던졌다. 김 의원은 이날 ‘절제의 마술’이라는 성명을 내고 “민주당이 보수(진영)와 여당의 매국과 부정의 길에 함께 따라 나섰다”고 비판했다. 당 인재영입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의원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인 서해 NLL에 기름을 붓고 연속극으로 만드는 일에 야당이 동조했다”며 “수백 명의 헌법기관을 당론으로 꽁꽁 묶고 본회의장에 포진해 재갈을 물렸다”고 비난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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