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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의 러시아 공들이기

입력
2013.07.03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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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러시아가 주최한 '제4차 고위급 안보회의'에 우리 측 수석대표로 참석했다가 3일 귀국했다. 때맞춰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역시 러시아를 방문해 외교 행보를 펼쳐 주목된다. 지난 6월 한달 동안 미국, 중국을 중심으로 치열한 외교전(戰)을 펼쳐온 남북이 이번엔 러시아를 향해 초점을 맞춘 형국이다.

주 수석이 참석한 회의는 미국과 중국, 일본, 프랑스 등 세계 주요 50여개 국의 장관급 인사들이 모여 자금세탁 방지, 물류안보, 과학기술의 발전과 국제 안보 등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주 수석은 이번 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미국과 중국을 잇따라 방문해 정상 간에 논의한 북핵 관련 의제 및 결과를 참석국들에 전달하며 한반도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 수석은 특히 니콜라이 파트루쉐프 러시아 연방안보회의 서기와의 만찬회담을 비롯해 재닛 나폴리타노 미국 국토안보부장관, 멍젠주(孟建柱) 중국 정법위원회 서기, 이마이 일본 대테러 담당 대사 등 주요국 수석대표와 잇따라 양자협의를 갖고 양자 현안과 한반도 정세, 동북아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번 회의에 대통령의 의중을 비교적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청와대 고위 인사가 참석했다는 것 자체가 우리 정부가 러시아에 전달하는 메시지에 무게를 실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북한의 핵협상을 총괄하는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도 2일 중국을 방문한 데 이어 3일 러시아를 찾았다. 김 제1부상은 6일까지 러시아에 머물면서 블라디미르 티토프 러시아 외무부 제1차관과 이고리 모르굴로프 차관 등을 만나 6자회담 재개 및 양국관계 강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중국과 더불어 북한에게 있어 전통적인 '우방국'에 해당한다. 때문에 김 제1부상은 이번 방러에서 중국에 던진 것과 비슷한 내용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6자회담 재개에 대비해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를 상대로 남북 간에 보이지 않는 외교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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