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 타자는 왼손 투수에게 약하다.'
야구계 속설이다. 경기 중반에 접어들면 왼손 투수가 왼손 타자 타석 때 나오면 오른손 타자를 대타로 나가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 왼손 투수가 던지는 공은 각도상 왼손 타자 등 뒤에서 날아오는 느낌이 든다.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나 커브가 들어올 경우 너무 멀다고 느껴 대처하기 어렵다.
그러나 올 시즌 프로야구 전체로 봤을 때 '좌우 놀이' 효과가 있다고 단정지을 수만은 없다.
왼손 투수를 상대로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왼손 타자는 오재원(0.400), 이종욱(0.379) 김현수(0.337ㆍ이상 두산), 손아섭(0.325ㆍ롯데), 최희섭(0.311ㆍKIA), 오지환(0.302ㆍLG), 최형우(0.320ㆍ삼성) 등이 있다. 커트 능력이 좋은 이용규(0.290ㆍKIA)와 김종호(0.289)도 비교적 잘 대처한다.
왼손 투수를 가장 잘 공략하는 팀은 오재원, 이종욱, 김현수, 오재일 등 왼손 타자가 많은 두산(0.311)이다. 최희섭, 이용규, 신종길이 속한 KIA 역시 타율 3할3리로 오른손 투수(0.263)를 상대할 때보다 높았다. 이병규, 이진영, 오지환이 몸 담고 있는 LG도 2할7푼9리, 플래툰 시스템을 신봉하지 않는 염경엽 감독의 넥센 또한 2할7푼3리를 기록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현대 야구는 왼손 투수가 많다. 오른손 잡이도 일부러 어릴 때부터 왼손으로 던지게 한다. 같은 속도라면 왼손이 더 빠르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괴물' 류현진(26ㆍLA 다저스)도 이러한 경우다. 그러나 반대로 왼손 타자가 왼손 투수를 자주 만나면서 대응법을 찾는 계기가 됐다. 또 타격 기술이 발전해 바깥쪽으로 빠지는 공을 잘 밀어치는 타자도 늘었다.
김경문 NC 감독은 "왼손 타자들이 왼손 투수 공을 자꾸 쳐봐야 싸우는 방법을 깨달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김 감독은 조영훈을 자주 투입해 완성형 타자로 만들었다. 조영훈은 왼손 거포 기대주로 삼성에 입단했지만 플래툰 시스템 탓에 제대로 기회를 잡지 못하고 지난해 KIA로 둥지를 옮겼다가 다시 NC 유니폼을 입는 '저니맨'이 됐다.
조영훈은 왼손 투수에 타율 2할5푼4리로 자신의 시즌 타율 3할1푼1리보다 낮지만 대처 요령이 많이 좋아졌다. 그는 "예전엔 왼손 투수를 상대할 기회 자체가 적었지만 지금은 감독님이 꾸준히 내보내준 덕분에 잘 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왼손 타자가 왼손 투수에 강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야구계 속설이 100% 옳다고도 할 수 없다. 속설은 속설일 뿐이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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