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先 조치 우선’ 재확인ㆍ북 미국 책임 돌리며 ‘조건 없는 대화’ 요구/현격한 입장 차로 조속한 6자 재개는 힘들어 보여/ 중국의 대북 설득 주목 속 외교전 제2라운드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무대로 6자회담 참가국들의 북핵 해법과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외교 탐색전이 일단 종료됐다. 다자 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물밑 조율과 공방전에도 북한은 “미국의 적대정책이 사라지지 않는 한 핵 문제 해결은 없다”며 변화된 신호를 보이지 않았다. 일단 6자회담 참가국이 모두 참석한 이번 ARF를 통해 각국의 입장이 확인된 만큼 북핵 회담 재개 조건 등을 둘러싼 외교전은 제2라운드에 돌입하게 됐다.
한국과 미국은 이번 회의에서 “대화를 위한 대화는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북한에 ‘2ㆍ29합의+알파’를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남북과 북중, 미중 그리고 나머지 세계와의 관계 정상화 가능성은 비핵화로 향하는 진지한 조치들의 끝에 위치해 있다”며 북한의 비핵화 선(先)조치가 우선임을 거듭 밝혔다.
하지만 북한은 2ㆍ29합의 파기의 책임을 미국 측에 떠넘기며 “미국의 가중되는 핵 위협이 사라지지 않는 한 우리는 계속 강경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전히 ‘평화적’ 핵개발 권리를 주장하며 “미국이 북한으로 하여금 핵실험을 하게 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은 것이다.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한 중국도 이번 회의를 통해 각론에선 한미와 온도 차를 노출했다. 중국은 “한반도는 비핵화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6자회담이 필요하다”는 식의 논리로 6자회담 조기 재개를 위한 중재 역을 자처했다. 하지만 중국이 중재에 나서더라도 한ㆍ미ㆍ일과 북한과의 북핵 회담 조건을 둘러싼 현격한 입장 차로 인해 이른 시일 내에 6자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은 적다.
북한은 미국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진정성 있는 조치’의 예로 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입국 허용에 대해서도 “미국은 전제 조건 없이 우리의 선의와 용단에 호응해 나와야 한다”며 조건 없는 북미 회담 제안 수용을 요구했다. 6자회담 대상국들이 상대의 양보만을 요구하며 평행선을 달리는 형국인 셈이다.
물론 6자회담 참가국들이 대화 필요성 자체엔 공감하는 등 대화 재개를 위한 주변 정리는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 IAEA 사찰의 경우에도 다른 ‘플러스 알파’보단 수용 여지가 있는 조건인 만큼 중국이 북한을 적극 설득할 경우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사전조치 일부를 이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반대로 대화 공세를 퍼붓고 있는 북한이 자신들의 전술이 먹히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다시 도발 모드로 선회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 직전인 지난달 26일 단거리 발사체 4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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