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일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한일 정상회담 계획과 관련해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재는 특별한 일정이 잡혀 있는 것 같진 않지만, 동시에 그 어떤 것도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브루나이에서 열리고 있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우리 측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장관이 모두 참석하고 있는 사실도 거론하며 "좀 더 지켜보자"고도 했다.
역대 대통령은 취임 이후 미ㆍ일ㆍ중ㆍ러 순으로 4강 외교를 마무리했다. 박 대통령은 이미 이 패턴을 벗어났다. 일본보다 중국을 먼저 찾았다. 일본은 아직 방문계획조차 없다.
돌아가는 상황과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한일 정상회담이 조만간 열리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가능성의 문을 완전히 닫은 것은 아니다'가 될 것 같다.
청와대 안팎에선 이달 21일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까지는 양국 간에 관련 논의가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일본 정치권이 선거를 의식해 더욱 더 우경화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논의는 일본 참의원 선거가 끝난 뒤에나 이뤄질 수 있을 것 같다. 이것도 아베 정부가 역사 문제에서 전향적 입장을 내놓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 얘기다.
거꾸로 아베 총리의 자민당이 선거에서 압승해 일본 내 우경화 기조가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8월 15일에 맞춰 각료들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집단 참배 등이 이뤄지는 그림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한일 정상회담은 기약 없이 늦춰질 것이다.
결국 "정해진 것도 없고, 예단할 수도 없다"는 이날 청와대 관계자의 얘기는 일본 쪽이 보다 이른 시일 내에 분명한 어조로 역사 문제에서 전향적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한일 정상회담은 당분간 기약하기 어렵다는 대일 압박용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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