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시론/ 7월 3일] 음식물쓰레기 종량제가 성공하려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시론/ 7월 3일] 음식물쓰레기 종량제가 성공하려면

입력
2013.07.02 12:00
0 0

지난 해 개정한 폐기물관리법이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6월부터 발효됨에 따라 음식물쓰레기 종량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시작했다. 음식물쓰레기 분리배출 대상 144개 전국 지방자치단체(군지역을 제외한 시·구지역) 중 129개가 시행하고 있으며, 나머지 15개 지역은 하반기로 예정돼있다.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는 버린 만큼 처리비용을 지불하는 제도다. 1995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쓰레기 종량제와 같은 원리다. 쓰레기 종량제는 시행 후 10년 동안 쓰레기 발생량이 23% 줄고 재활용률은 175%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간 약 8조 400억원의 경제적 편익도 발생해 매우 성공적인 환경정책으로 인정받고 있다.

쓰레기 종량제가 이처럼 성공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음식물에는 지금까지 적용하지 못했다. 가정이나 식당에서 예상되는 불편함과 부작용 때문이다. 하지만 2006년 발효된 런던협약에 따라 금년부터 음식물쓰레기 폐수의 해양배출이 전면 금지됨에 따라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면에는 경제적 손실도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하루 약 1만 4,000여 톤의 음식물쓰레기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만든 음식의 25%에 해당한다. 처리비용만 연간 약 8,000억에 달하고 식재료, 조리, 운반, 인력 등을 모두 감안하면 음식물쓰레기로 인한 손실은 연 20조원이 넘는다.

정부는 불편함과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자태그(RFID), 칩ㆍ스티커, 전용봉투 등을 쓰레기 계량방법으로 내놓았다. RFID는 세대별 인식카드로 무게를 측정해서 수거함에 버리는 방법이며, 칩ㆍ스티커와 전용봉투는 편의점 등에서 칩이나 스티커, 봉투를 구입하여 처리비용을 납부하는 방법이다. RFID는 주로 아파트, 빌라 등과 같은 공동주택에, 칩ㆍ스티커나 전용봉투는 단독주택에 적용한다. 현행법상 생활쓰레기는 지자체 소관이어서 시·구가 지역사정에 맞춰 계량방법을 채택하고 요금도 부과하고 있다.

지금까지 시행결과를 보면 대부분 지자체에서 음식물쓰레기가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부 아파트 단지의 경우 30∼40%까지 줄어든 곳도 있다. 음식물쓰레기 20%만 감량해도 연간 1,600억원의 처리비용 절감과 5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너무 낙관적이다. 벌써부터 불편함을 토로하는 가정도 많고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전용봉투나 칩ㆍ스티커는 냄새나고 해충이 서식하는 음식물쓰레기를 집안에 일정량을 모아야 하고, RFID도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일부 가정이나 식당에서는 벌써부터 고가의 음식물쓰레기 건조기나 처리기로 감량하기도 하고 오물분쇄기로 갈아서 하수관에 버리기도 한다.

불편함도 문제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감량이 대부분 가정이나 식당의 자체 처리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이 경우 정부 예상대로 20% 감량하더라도 연간 처리비용 1,600억원 절감으로 끝난다. 이 정도로는 전국 144개 지자체에서 겪는 여러 가지 불편함, 비용, 노력 등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종량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발생량을 줄여야 한다. 5조원의 경제적 편익을 달성하기 위해선 처리량이 아닌 발생량을 20% 줄여야 가능한 것이다. 우리의 식재료, 입맛, 영양, 건강 등을 만족시키면서도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식단을 개발, 보급하고 실천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유사 이래 가장 잘 먹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식품 자급률은 60%에 불과하며, 곡물만 분리하면 25%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거의 꼴찌 수준이다. 우리는 40%의 식재료를 수입하면서도 만든 음식의 25%를 쓰레기로 버리고 있다. 우리보다 잘사는 국가도 이렇게 많은 음식물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 이번 시행을 계기로 우리의 음식문화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전 국립환경과학원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