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의 봄' 민중 혁명으로 집권한 이집트의 모하메드 무르시 대통령 정권이 붕괴 위기를 맞았다. 2011년 혁명 뒤 군부 과도 통치를 거쳐 지난해 6월 집권 한지 1년 만이다. 무바라크 30년 독재를 무너뜨린 민중이 이번에는 7,000년 역사상 처음으로 직접 세운 민선 정부에 반기를 들었다. 혁명 이후 드높은 변혁 열망을 정권의 경험과 능력 부족으로 감당하지 못한 결과다. 아랍 중심국 이집트가 체제 전환기의 혼돈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무르시의 집권 기념일인 지난 달 30일 시작된 민중 시위는 전국에서 수백만 명이 참여했다. 시위 규모는 2011년 혁명 때보다 컸다. 시위를 주도한 범세속주의 조직 타마로드(혁명)는 2,200만 명이 반 무르시 서명에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해 대선에서 인구 8,400만 명 가운데 1,300만 명이 무르시를 지지한 것보다 더 많은 숫자다. 수도 카이로의 시위대는 무르시의 세력 기반인 무슬림형제단 본부를 공격하는 등 이슬람주의 세력과 충돌, 8명이 사망했다.
민중 봉기의 주된 원인은 혁명과 무르시 집권 뒤 민생 경제가 파탄에 이른 것이다. 독재 이후 과도 체제가 흔히 그렇듯 관료조직 등 공적 제도가 흔들리면서 실업률이 치솟고 관광수입은 격감하고 화폐가치가 폭락했다. 보조금에 의지하던 빵값과 전력요금 등도 폭등, 민중의 삶은 한층 어려워졌다. 게다가 무르시 정부가 이슬람주의를 강화하고 공조직을 독점, 사회가 더욱 분열됐다. "혁명으로 나아진 게 없다"는 대중의 불만이 혁명을 위협하게 된 것이다.
무르시 정권은 2일 군부가 "48시간 안에 수습책을 내라"는 '최후통첩'을 발표함에 따라 통치력을 상실했다. 나세르의 쿠데타 이래 이집트를 집단 통치한 군부는 무바라크 축출 때처럼 막후에서 '권력의 최종 조정자' 노릇을 할 것이란 분석이다. 정치적 특권과 경제 이권, 국민의 존경까지 장악한 군부가 돌아선 상황에서 무르시와 무슬림형제단은 퇴진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미 각료 5명이 사임, 정권을 등졌다.
이집트 민중 혁명의 좌초는 외세의 지원을 받는 군부가 막후 권력으로 버티는 사회에서 '민주화 혁명'이 다분히 허구임을 새삼 보여준다. 그러나 동시에 사회 세력의 지혜와 능력과 화합이 진정한 민중 혁명에 이르는 길이라는 교훈을 일깨운다는 외부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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