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간의 중국 국빈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박근혜 대통령이 1일 공식 일정을 통째로 비웠다. 매주 월요일이면 청와대에서 주재해온 수석비서관회의도 이날은 열리지 않았다.
대신 박 대통령은 국정 전반을 챙기면서 하반기 민생 살리기를 위한 구상을 가다듬는데 시간을 쏟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경제와 민생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국정을 챙기겠다는 박 대통령의 하반기 구상이 읽힌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경제와 민생에 '올인'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북핵이나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논란 등 안팎으로 정치ㆍ외교적 숙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다음 과제는 북핵 문제 해법 찾기이다. 이번 방중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해 의미 있는 성과를 얻어냈다. '한·중 미래 비전 공동성명'을 통해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한층 내실화했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도 끌어냈다.
하지만 미래비전 공동성명에 우리 정부의 목표였던 '북핵 불용'이란 표현을 담지는 못했다. 근저에는 북핵 문제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시각 차가 자리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 핵을 용인할 수 없다는 데 미국과 원칙적 입장을 같이하면서도 한중 공동성명에서 '북핵 불용' 대신 '한반도 비핵화'란 표현을 고집했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중국의 배려이기도 하지만 미국에 대한 견제 의도도 담겨 있다. 북핵 해법을 찾기 위해 조속한 6자회담 재개를 주장하는 중국과 '회담 재개 자체보다는 북한의 성의 있는 조처가 우선'이라는 한미 간에 간극이 있다. 이 같은 차이를 메우는 일도 박 대통령의 숙제다. 게다가 북한이 박 대통령의 방중과 관련해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을 통해 거친 언사를 쏟아내며 비판하고 나섰다. 남북경색이 길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일본과의 관계 설정도 숙제다. 박 대통령의 동북아평화협력 구상에 대해서도 시 주석은 지지 입장을 밝혔지만 일본이 빠진 동북아평화협력은 의미가 없다. 역사 문제에 관한 일본의 태도 변화가 관건이긴 하지만 박근혜정부의 외교력도 중요하다
국내에선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논란이 한창이다. 박 대통령의 방중 전날인 지난달 26일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 선대위 총괄본부장을 지낸 김무성 의원이 당내 비공개회의에서 대선 기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입수해서 읽어봤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었다. 같은 날에는 대선 당시 새누리당 종합상황실장을 지낸 권영세 주중 대사가 남북정상회담의 서해 'NLL(북방한계선) 대화록'공개 방안을 비상사태에 대비한 시나리오로 검토했으며, 집권시 대화록을 공개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는 폭로가 야당에서 나왔다. 대선 당시 박 대통령 캠프의 핵심이었던 김 의원과 권 대사의 언행이 쟁점화하면서 야당의 과녁은 박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다. 야당은 이미 "박 대통령은 대선 전후에 벌어진 정치공작의 진실을 숨김 없이 밝히고 관련자들을 예외 없이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며 장외로 나섰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앞으로도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쟁'과 거리를 두고 하반기엔 민생과 경제를 우선 챙기겠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국정원의 대선개입 논란을 물고 늘어지면서 박 대통령 책임론을 거듭 거론하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계속 침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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