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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중국의 마음, 한국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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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중국의 마음, 한국의 마음

입력
2013.07.0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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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btkang@hk.co.kr

한중 정상 모두 "마음이 통해야 한다" 강조

이념· 정서적 편견 없이 '통일의 동반자'로

외교를 신학과 심리학적 접근으로 나눈 이가 있다. 신학적 접근은 외교 상대를 선과 악의 틀로 재단해 외교 목표를 설정한다. 심리학적 접근은 상대에 대한 호감과 비호감, 손익 분별 등 국민의 정서적 능력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를 도덕 외교와 현실 외교로 간명하게 나누지 않고 심리학을 동원한 것은 이념과 국력, 국익에 국민 정서까지 헤아려야 하는 외교의 어려움을 지적한 셈이다.

한중 정상회담 안팎에서 국민의 마음, 정서를 강조하는 말이 자주 들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방중을 '심신지려(心信之旅)', 마음과 믿음을 얻는 여정으로 삼았다. 우리 경제사절단에도 "먼저 마음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정상회담에서 한중 관계를 '지연상근(地緣相近)· 심연상접(心緣相接)'으로 요약했다. 지리적 인연은 가깝고, 마음의 인연은 밀접하다는 뜻이다. '교연상통(交緣相通)· 경제상융(經濟相融)'을 함께 언급한 것은 교류 확대와 공동 번영을 위해서는 "마음이 통해야 한다"고 일깨운 것이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도 "국민의 심적(心的) 거리 단축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도 논평에서 국민 정서를 강조했다. 두 나라는 영토 문제 등 심각한 분쟁이 없고 전략적 경쟁도 필요 없다. 다만 국민의 정서적 갈등이 문제다. 중국은 경제력, 한국은 경제수준이 앞서는 상황에서 서로 얕잡아 보는 것이다. 따라서 열린 마음으로 갈등을 자제할 것을 주문했다.

중국이 최대 교역 상대가 된지 오래고, 중국 관광객이 넘치는 현실에 어울리게 우리의 중국 인식이 달라졌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서구 언론이 전파하는 중국의 군사대국화 위협론을 우리 언론과 학자들은 이념 성향과 무관하게 되뇌기 일쑤다. 중국의 군사력은 아직 경제력에 걸맞지 않는 수준이다. 시진핑이 '신형대국관계'를 지향하는 미국의 군사력에 턱없이 못 미친다. 그런데도 '중화제국의 야심'을 덩달아 떠드는 건 어설프다.

해킹 등 사이버 위협론도 그렇다. 최근 방대한 전자첩보감시 활동이 드러난 데서 보듯, '해커 제국은 미국'이라는 반박은 그르지 않다. 중국 위협론은 가상 적의 위협을 과장, 군비 지출을 합리화하려는 선전 목적이 크다.

전략적 차원이 아니라도, 우리의 중국 인식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무렵의 중화 민족주의 논란에서 얼마나 멀리 벗어났을까. 당시 중국의 비상(飛翔)을 시샘한 서구는 티베트 독립과 인권 문제 등을 왜곡되게 논란, 중국의 이미지를 훼손했다. 이를 좇은 우리 사회는 낡은 '되놈' 인식과 6· 25 역사까지 더듬으며 중국을 조롱하고 폄하했다.

서구의 지성과 올바른 언론은 베이징 올림픽을 중국이 100여년의 굴욕과 고난을 딛고 다시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선 상징으로 평가했다. 비슷한 역사의 수난과 서울 올림픽의 감동을 어느 새 잊은 우리 사회의 중국 폄하는 그처럼 분별없는 짓이었다.

시 주석은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해 준수해야 할 기본정신을 제시했다. 첫째는 "상대가 선택한 사회 제도와 발전 방식을 존중하는 것"이다. 둘째는 "상부상조를 바탕으로 공동의 번영을 실현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북한 핵 문제에 온통 관심 쏟기 일쑤다. 그러나 안보든 경제든 통일이든, 이념과 정서적 편견 없이 중국의 마음을 헤아리고 우리 마음을 가다듬어야 한다.

분단국 서독은 일찍이 동방정책으로 소련· 동구권과의 교류 협력에 정성을 기울였다. 또 고르바초프의 개혁· 개방을 그들 말대로 '힘껏' 지원했다. 불행한 역사에서 쌓인 적대감을 씻고 마음을 얻기 위한 행보였다. 그렇게 소련과 고르바초프를 '통일의 동반자'로 만들었다. 통일을 이룬 날, 독일인들은 '당케, 고르비', '고르바초프 고맙소'를 외쳤다. 우리도 '고맙소, 중국'을 외칠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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