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북한 비핵화는 물론 동북아 역사 문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의 폭넓은 의제가 논의됐다. '우방'인 미국이나 '동북아 3국'의 한 축인 일본으로선 한중 정상회담을 보는 속내가 복잡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직접 설득에 대해선 평가하면서도 중국 주도로 이뤄지는 6자회담 재개 드라이브에 대해선 단호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정상회담 직후 "북한이 한반도의 증명 가능한 비핵화라는 핵심 현안을 놓고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는 확고한 조치가 아직 없다"는 제임스 줌왈트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대행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한중 정상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긍정적 여건 마련을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합의한 데 대해 북한의 선(先) 구체적 조치를 요구하며 중국을 견제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중 정상이 높은 수준의 포괄적인 한중 FTA 체결을 목표로 한다는 점을 재확인한 점도 미국으로선 적극 환영하긴 어려운 대목이다. 일본, 멕시코 등 12개국을 대상으로 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A)을 추진 중인 미국은 "한국의 공식적인 참여 제한 시한은 없다"며 우리 정부의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TPPA보다 한중 FTA에 속도를 내는 것은 중국과 아시아 무역시장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는 미국 입장에선 달갑지 않을 수 있다.
한중 정상은 공동선언문에 '역사 문제로 역내국가 간 대립과 불신이 심화되는 불안정한 상황에 우려한다'고 명기했다. 당사국인 일본은 이에 대해 "한중 밀월을 통해 일본을 따돌리고 있다"는 언론 분석이 나올 정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과거사와 영토 도발 등 일본 정부의 우경화 행보로 한국, 중국과 멀어진 상황에서 한중 간의 공조 강화로 '일본 제치기'가 현실화될지 모른다는 우려인 셈이다. 일부 언론이 중국이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ㆍ釣魚島) 등 영토 문제를 의제로 놓을 것을 주장했지만 한국이 난색을 표했다며 일본 배려에 초점을 둔 것 역시 일본 측의 조바심이 역설적으로 표현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도 주변국과의 대화 재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는 지난 30일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면 일단 만나는 게 바람직한 외교 자세"라며 조건 없는 중일 정상회담을 갖자는 입장을 밝혔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26일에도 "한국은 중요한 인접국으로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며 한일 정상회담 필요성을 제기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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