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방중 결산-대북정책 지지 유도 성과 속 ‘북핵 불용’ 명시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문자로 표현할 수 없는 정상 간 신뢰 구축 계기 마련이 중요”
30일 마무리된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3박 4일)의 성과와 한계는 무엇일까.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간 외교안보 대화체제를 구축하는 등 그간의 ‘경열정랭’(經熱政冷ㆍ경제에선 뜨겁지만 정치에선 냉랭하다)로 상징된 양국 관계를 ‘경열정열’(經熱政熱ㆍ경제도 정치도 뜨겁다)로 진입시킬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중 인문교류 공동위 신설 등 인문 유대 강화를 통해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내실화를 위한 토대를 구축한 점도 진일보한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물론 한중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인 북핵 문제에 대해 ‘북핵 불용’을 명시하지 못했다는 것은 한계점으로 지적된다. 하지만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한중 양국 정상의 공감과 의지를 확인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1992년 한중 수교 이래 열린 31번째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협정 1건과 기관간 약정 7건 등 사상 최대인 8건의 합의서에 서명하는 등 역대 최대의 실질적 성과를 도출했다. 또한 별도의 부속서를 통해 구체적인 액션 플랜까지 마련했다. 황병태 전 주중대사는 30일 통화에서 “이번 방중 슬로건이 심신지려(心信之旅ㆍ마음과 믿음을 쌓아가는 여정)였는데 그간 중국에 대해 갖고 있던 미심쩍은 부분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는 점에서 심평지려(心平之旅ㆍ마음이 평온해지는 여정)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또 박 대통령이 중국 권력 서열 1ㆍ2ㆍ3위 인사와 모두 회동하고 중국이 파격적 예우를 거듭하는 등 양국 지도부가 ‘신뢰의 여정’을 시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 점수를 줬다. 우수근 중국 둥화대 교수는 “박 대통령의 방중 전만 해도 북한의 최룡해 특사 파견 등이 발생하면 한국은 진의 파악에 나서는 등 한중 신뢰가 부족한 면이 있었다”며 “이번 방중을 통해 북한에 대해 실망해오던 중국이란 거대한 항공모함의 방향을 한국 쪽으로 튼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6ㆍ25참전 중국군 유해 송환이나 서해 불법조업 문제 해결 노력 합의, 역사연구 관련 상호 교류 및 협력 추진도 신뢰의 장애물을 걷어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 대통령이 칭화대 연설 등에서 보여준 언어 외교도 중국 대륙의 호의적 반응을 이끄는 데 일조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평화협력구상에 대해 환영과 지지의 뜻을 나타내는 등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 중국의 지지를 끌어낸 것도 의미가 크다. 중국은 공동성명에서 “유관 핵무기 개발이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및 세계의 평화 안정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며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했다.
일부에선 ‘북핵 불용’이란 표현을 성명에 담아내지 못하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3차 북핵 실험 당시보다 중국의 입장이 확연히 달라지고 고위급 대화 체제 신설 등 대북 문제에 대해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구체적으로 작동시킬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더 중요한 것은 양국 정상이 상호 의사 교환 과정에서 문자로 표현할 수 없는 믿음의 토대를 갖췄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양국 정상이 ‘높은 수준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해 노력하기로 하는 등 무역과 금융, 산업기술 등 경제적 협력 관계를 업그레이드했다는 점도 내실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연구본부장은 “지지부진했던 한중 FTA에 속도를 낼 계기를 마련하고 외환보유고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통화스와프 시한을 3년 연장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며 “서부대개발 프로젝트에서 구체적 성과를 도출하는 것이 남은 과제”라고 말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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