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시론/7월 1일] 국정원 국정조사와 NLL, 그리고 여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시론/7월 1일] 국정원 국정조사와 NLL, 그리고 여론

입력
2013.06.30 12:02
0 0

국회에서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 관련해 국정조사 실시 여부를 논의하던 중 남재준 국정원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사이의 2007년 남북 정상회담 전문을 전격적으로 제출했다. 정상회담의 내용 전부가 언론에 공개됐음은 물로이다.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과 회담하면서 우리 서해 영토의 북방한계선인 NLL을 포기하고 서해평화지역을 제의한 것은 아닌지 여부에 관해 여야 간에 의견이 분분하고 여론도 들끓고 있다. 여야는 일단 국정원 국정조사 실시안 처리에 합의했다.

이런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민주사회에서 여론의 의미와 국가 정상 간의 회담내용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공개하는 것이 정당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최근 미국의 연방검사 출신의 유명 변호사 캔들 코피의 책 을 읽었다. 미국의 2000년 대통령 선거소송(부시 대 고어), O. J. 심슨 사건 등에서 여론이 어떻게 형성되어 영향력을 미치게 되었는지를 생생하게 알 수 있었다.

사실 재판절차에서 여론의 영향력은 헌법에 규정된 법관의 독립된 재판, 피고인 및 관계인의 인권과 법률상의 권리의 보호라는 가치 때문에 상당히 제한된다. 그러나 정치행위 또는 정책집행 과정에서의 여론의 영향력은 재판절차와는 달리 보다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대통령, 국회의원 등은 쟁점에 대한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고, 그것은 국민의 공복으로서 당연한 의무이다.

원래 고인 물은 썩고, 햇볕이 들지 않으면 곰팡이가 생긴다. 그래서 선거를 통하여 점검할 수 없는 국가기관에 대해선 가장 대표적인 위임기관인 국회가 통제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국정조사 권한을 헌법이 부여해 놓은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국정원에 대한 국정조사 여부를 파악한다면 그 해답은 분명해 진다. 국정원이 지금까지 국정조사를 한번도 받지 않았다는 것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해하기 어렵다. 국정원이 하는 중대한 국가안보 영역에서는 여야 간에 충분한 토의와 논의를 통해 비밀이 지켜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은 햇볕에 비추어 봐야 옳다. 그렇게 하지 않은 까닭에 많은 국정원장들이 퇴임 후 법의 심판을 받은 건 아닐까. 이번 국정원 국정조사는 선거개입 여부를 밝히는 외에 제도개선에도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과 회담하면서 NLL을 포기했다는 논란을 따져 보자. 이것을 단순화하면 2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발언 내용의 정당성과 공개의 정당성 문제다.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국가의 독립과 영토의 보전이라는 본질적 사명을 갖고 있다고 헌법에 명시돼 있음을 감안할 때 정상회담에서 할 말이 아닌 건 분명해 보인다.

국가의 주인인 국민들은 독도가 우리 땅인 것 처럼 NLL도 우리의 서해 북방한계선으로 인식한다. 그런 점에서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은 오해의 소지가 충분히 있다고 여겨진다. 비판이 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과 김정일의 정상회담 내용의 공개 정당성 여부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정상회담을 한 지 불과 5년밖에 지나지 않았고, 그것도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논의하고 있는 시점에 국정원장을 통해 완전히 노출된 것은 정당한 조치라고 보기 힘들다.

노 전 대통령은 선거를 통하여 다수 국민의 동의를 받아서 선출되었고, 나름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 NLL 발언 논란이 노 전 대통령의 공을 완전히 짓밟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국민에게도 불행이다.

국가 최고 통치자끼리의 민감한 정상회담 내용이 노출되는 것은 정권교체가 언제라도 가능한 우리나라에선 당대 대통령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이것은 형식적으로 비밀해제 등의 절차를 거쳐서 처리할 정권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고, 국가적 시각 즉 큰 틀의 접근을 해야 옳았다.

정상회담 등 대통령의 행위에 대한 비밀의 범위와 공개 시기도 충분한 시간을두고 논의해야 하고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마땅하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와 관련한 제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이번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는 그 내용과 상관 없이 정당성이 결여돼 있다.

정영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