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빈손이다. '괴물' 류현진(26ㆍLA 다저스)이 잘 던지고도 7승 사냥에 실패했다. 이쯤 되면 지난해 한화 시절의 악몽이 떠오를 법 하다. 기본기가 부족한 야수 탓에 또 한번 승리를 날려버렸다.
류현진은 3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 7이닝 7안타 3볼넷 2실점으로 제 역할을 했다. 총 108개의 공을 던지면서 삼진은 6개, 직구 최고 시속은 94마일(151㎞)이었다. 시즌 16번째 등판에서 13번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 이하). 6월 5차례 등판에선 100% 퀄리티스타트다.
하지만 승리와는 인연이 없었다. 3-2로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9회 야수들이 잇달아 실책을 저질렀다. 시즌 성적은 여전히 6승3패. 평균자책점만 2.85에서 2.83으로 조금 내려갔다.
다저스는 3-3이던 9회말 1사 1ㆍ2루에서 포수 A.J 엘리스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4-3으로 승리했다. 중간 순위는 37승43패로 여전히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꼴찌지만 선두 애리조나(42승38패)와의 승차를 4.5경기로 좁혔다.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9회 1점차 승리를 지키기 위해 마무리 켄리 잰슨을 마운드에 올렸다. 하지만 1사 3루의 위기에서 3번 지미 롤린스의 짧은 중견수 플라이 때 다저스의 간판 스타인 중견수 맷 켐프가 홈으로 악송구하며 3-3 동점을 헌납했다.
마치 지난해 한 장면을 보는 듯 했다. 류현진은 한화 시절 잘 던지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하는 '불운의 아이콘'이었다. 27번 선발 등판해 퀄리티스타트는 22번, 7이닝 이상을 3자책 이하로 막는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는 17번으로 나이트(20번ㆍ넥센)에 이어 2위였다. 그러나 시즌 성적은 9승9패, 2.66의 평균자책점을 올린 투수의 승수라고는 믿기 힘들었다. 당연히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 달성에도 실패했다.
지금 상황도 비슷하다. 13번의 퀄리티스타트, 승수를 더 늘릴 수도 있었지만 '6월 무승'과 함께 시즌 6승에 머물러 있다. 특히 다저스 불펜과 야수들은 이날 경기를 포함해 3차례나 승리 투수 요건을 채우고 마운드를 내려간 류현진의 승리를 날렸다. 만약 팀 동료가 기본만 했다면 '괴물'의 성적은 9승이어야 한다.
류현진은 베테랑 2번 체이스 어틀리에게 홈런 두방을 맞은 것이 못내 아쉬웠다. 1회초 1사 후 몸쪽 밋밋한 커브(시속 122㎞)를 던지다 오른쪽 펜스를 넘어가는 솔로포를 허용했다. 3회에도 어틀리에게 직구(143㎞)로 승부를 걸었다가 우월 솔로포를 맞았다. 류현진이 한 경기에서 홈런 2방을 맞기는 4월21일 볼티모어와의 경기 이후 두 번째였다.
류현진은 경기 후 "승수는 중요하지 않다. 점수를 덜 줘서 평균자책점을 낮추는 게 더 중요하다"면서 "홈런 2개 맞은 것을 빼곤 나쁜 건 없었다. 투구수, 이닝, 삼진, 제구 등등 모두 평균 이상이었다"고 자평했다.
단 안타를 6개나 허용한 왼손 타자와 승부에 대해서는 "왼손 타자들에게도 이제 안 던지던 공을 던져야겠다. 왼손 타자들이 내 투구 패턴을 연구하고 노리는 것 같다. 그런 노림 수에 당한 것 같아 앞으로는 왼손 타자들에게도 투구 패턴을 바꿔야겠다"고 자존심 회복을 다짐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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