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빈 방문 이틀째를 맞은 박근혜 대통령은 28일 공식 영빈관인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양원재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오찬을 함께 했다. 특히 이날 오찬 자리에는 중국의 퍼스트레이디 펑리위안(彭麗媛) 여사가 함께 해 박 대통령과 첫 만남을 가졌다.
펑 여사의 오찬 참석은 중국이 박 대통령의 방중을 중시하고 양국 지도자 간 우의를 강화하기 위한 배려라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국민 가수’출신인 펑 여사는 시 주석의 해외 순방 때 늘 동행하면서 ‘패션 리더’의 면모를 보여왔다. 중국의 역대 최고지도자 부인들이 존재감이 거의 없었던 터라 펑 여사의 화려한 국제무대 데뷔에 중국인들은 열렬히 환호했고, 팬클럽도 속속 등장했다. 펑 여사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5월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가운데 54위에 오르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11위였다.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두 여성의 만남은 화기애애했다. 박 대통령은 펑 여사에게 “주석부인으로서 책임이 무겁지 않느냐”며 “저도 과거에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해서 그런 점을 이해한다”고 친근감을 표시했다. 이에 펑 여사도 공감을 표시하면서 “국익을 위해 헌신하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분홍색 재킷에 회색 바지정장 차림이었고 펑 여사는 회색 바탕 꽃무늬 원피스 위에 하얀색 재킷을 입었다.
오찬 도중 시 주석은 박 대통령에게 “중국에 박 대통령의 열렬한 팬이 많고, 텔레비전에서 연일 박 대통령 소식을 전하고 있어서 특히 여성과 젊은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고 말했다.
오찬이 끝난 뒤 박 대통령과 시주석 내외는 서로 선물도 교환했다. 시 주석의 선물은 중국 당나라 시인인 왕지환이 쓴 ‘관작루에 올라(登觀雀樓)’라는 한시의 두 구절이 쓰인 서예작품과 남색 바탕에 꽃과 봉황 무늬가 그려진 전통 수공예 법랑 항아리 한 점이었다. 이 한시 두 구절은 ‘백일의산진(白日依山盡) 황하입해류(黃河入海流). 욕궁천리목(欲窮千里目) 갱상일층루(更上一層樓)’로 우리 말로 풀면 ‘하얀 햇빛 스러지는 산, 누런 강물 흘러드는 바다. 천 리 너머를 바라보려고, 누각을 한층 더 오른다’는 의미다. 시 주석은 선물을 건네며 박 대통령에게 시의 내용을 설명했으며, 박 대통령은 “이 시의 내용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 시구가 유명해 암송하는 분들이 많다”고 화답했다고 김행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통령은 시 주석과 펑 여사에게 춘천옥으로 만든 찻잔 세트와 주칠함(朱漆函)을 선물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나라 춘천에서 나오는 옥으로 만든 것인데 옥은 예로부터 잡귀를 쫓아낸다는 말이 있다”고 설명했고, 시 주석은 “중국에서도 옥이 그런 뜻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펑 여사에게 주칠함을 전하며 “예로부터 우리나라 궁에서 소중한 것을 담아 감사의 뜻을 표시하던 선물함이다. 귀한 사람에게 고마움을 담아 드리는 함”이라고 말했고, 펑 여사는 “함이 예쁘다. 아주 고맙다”고 답했다.
베이징=이동훈기자 dh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