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여성 인구가 올해 처음으로 전체 인구의 50%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인구 5,022만 명 가운데 여성은 2,508만7,000명으로, 공식 추계를 시작한 1960년 이후 처음으로 전체의 절반이 된다.
남아 선호 사상이 쇠퇴하고 여성의 평균수명이 남성보다 길어지면서 남성 인구와의 차이를 계속 좁혀온 결과다.
여성들은 성비(性比)에서만이 아니라 남성과의 사회적 격차를 갈수록 좁히거나 추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학 진학률은 2009년 남성을 앞선 이래 올해는 5.7%나 더 높다. 사회 진출도 활발해져 국가직 공무원의 48.1%, 초중고 교사 58%, 사법고시 합격 41.7% 등으로 급증했다. 공무원은 곧 교사처럼 '여초(女超) 사회'가 될 전망이다. 의사 판사 등 엘리트 직종의 여성 비율도 크게 늘고 있고, '금녀(禁女)' 영역이던 사관학교의 수석졸업 등으로 거센 여성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남성 중심 사회'가 '남녀 균형 사회'로 바뀌려면 갈 길이 멀다.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지만, 경제 활동 참가율은 49.9%로 가장 낮다. 여성 대통령이 나왔으나 공공기관과 기업의 '유리 천장'은 여전히 높고 견고하다. 10대 그룹 기업의 여성 직원 비율 20.3%에 비해 임원 비율은 1.5%에 그친다. 취업 여성의 평균 임금도 남성의 70%가 안 된다. '여성 시대' 는 헛된 구호일 뿐이다.
진정한 남녀 평등, 남녀 균형을 위해서는 남성들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낡은 인습 등 높은 진입 장벽을 어렵게 넘어서고서도 결혼과 출산, 육아 부담으로 인사와 승진에 불이익을 받거나 경력이 단절되는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을 고쳐야 한다. 특히 눈에 보이지 않는 성차별을 없애야 한다. 여성의 밝은 미래가 보장되지 않고는 우리 사회의 건강한 미래도 기약할 수 없다. 여성 인구 50% 사회의 과제를 되새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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