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이어 한글의 로마자 표기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신라'를 Shilla처럼 표기하는 것은 매큔과 라이샤워 방식을 따른 것이고 이는 한문이나 한글의'의미'를 따르지 않고 표음철자를 중시하여 표기한 것이다. 영어권 사람이나 외국인들은 소리 나는 대로 적는 이 방식을 더 선호하였고 1984~2000년까지는 국내에서도 대표적인 표기법으로 통했다.
그러나 역사적 기록을 보면 '소리 나는 대로 적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 사람도 있다. 이승만 대통령은 Syngman Rhee처럼 적었는가 하면 이율곡은 Yi Yulguk으로 적었고 이조 시대는 Yi Dynasty로 적고 이철수는 Chulsoo Lee처럼 적기도 한다. 이들의 예는 소리 자체보다는 마치 씨족 사회의 뿌리가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고 때문에 표기도 달라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서울 올림픽 때에도 당시의 노태우 대통령 표기를 Rho Tae Woo로 적힌 것을 보고 외국인 기자들은 소리와 표기가 다른 것을 의아해 한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었다. 노무현 대통령 때에도 취임 초기에 Noh Moohyun처럼 발성에 가까운 표기를 하려고 시도했지만 자꾸 반대만 하고 No만 하는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줄까 봐 결국 Rho Moohyun으로 정했다고 한다. 이 방식은 Yale Romanization이라고 하는 것인데 Yale대학의 Samuel Martin이 동료들과 함께 2차 대전 당시의 미군 사용의 편의를 위해 자역 방식인 형태음소의 구조(morphophonemic structure)를 중시하여 사용한 것이다.
정부에서는 2000년까지는 매큔-라시샤워 방식을 약간 개선하여 사용하다가 2000년 7월에 정부 고시로 개선안을 발표하게 된다. 이씨 성씨의 경우 중국에서는 Li로 표기하고 우리나라에서는 Yee, Ree, Rhee, Lee, Rhee등 다양하게 표출되는데 Yee도 좋고 원하면 Lee도 가능하다는 식이다. 한문이나 의미를 중시하다 보니 강씨의 경우 Kang-Gang-Ghang 등이 나오고 박씨의 경우도 Bak-Park-Bhak 등 실로 다양하고 혼란스럽다. 소리식 표기가 아니라 의미를 강조하다 보니 결국 일본식 철자법과 다르지 않다. Busan이 좋으냐 Pusan이 좋으냐의 선택은 소리식 표기냐 의미 중심의 표기냐의 문제는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천천히 '부산'을 발음하고 원어민보고 받아 써 보라고 하면 Pusan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되도록 소리 나는 대로 적고 특별한 의미나 혼란의 여지가 있는 경우엔 의미를 살려 원음에 가까운 범위에서 표기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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