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27일 국가정보원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에 대해 "최고존엄에 대한 우롱"이라며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은 이날 새벽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긴급성명에서 "괴뢰보수패당이 우리의 승인도 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수뇌 상봉 담화록을 공개한 것은 우리의 최고존엄에 대한 우롱이고 대화 상대방에 대한 엄중한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의 공식 입장 발표는 지난 24일 대화록이 공개된 지 사흘 만이다.
조평통 대변인은 이어 "이번 담화록 공개가 청와대 현 당국자의 직접적인 승인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며 " '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은 물론 이번 담화록 공개 사건도 다름 아닌 현 정권과 직접 관련되는 것이라고 볼 때 그 뒤에 청와대가 있다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북한의 비난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예상했던 반응을 보인 것 아니겠느냐"며 "내부 조율을 거친 결과 여러 이야기도 있었지만 공식 성명은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위협적인 언사를 했다"면서 "정부는 북한이 이러한 구태의연한 언사 등을 하는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위협에 대해 여야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 김재현 전략기획본부장은 언론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궁지에 몰린 민주당을 구하려는 것"이라며 "이번 대화록 공개를 계기로 국내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 사수 의지가 강화되는 것을 겨냥한 심리전 성격도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새누리당의 당리당략과 국정원의 조직 보호 논리를 앞세운 대화록 불법 공개가 국익을 해치고 남북관계를 어렵게 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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