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5일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키로 합의하면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 공개 '후폭풍'으로 인한 6월 국회 파행 위기는 일단 넘기게 됐다. 새누리당 최경환,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회담을 열고 6월 임시국회 회기 마지막 날인 내달 2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정조사계획서를 처리키로 의견을 모았다.
이날 여야의 전격적인 국정조사 실시 합의는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당초 새누리당은 국정조사보다는 민주당의 전ㆍ현직 국정원 직원에 대한 매관매직 의혹, 국정원 여직원 불법 미행ㆍ감금에 대한 수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여당의 일방적 대화록 전문 공개로 민주당이 장외 투쟁까지 거론하며 강력 반발하자 국정조사 실시에 합의했다. 정상적인 6월 국회 운영을 위해선 '성난' 야당을 진정시킬 카드가 필요했는데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국정조사가 이에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날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에 그런 문제가 있었다면 여야가 제기한 국정원 관련 문제들에 대해 국민 앞에 의혹을 밝힐 필요가 있다"며 국정조사 필요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도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국정조사를 보이콧하는 모양새는 좋지 않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한 최고위원은 "전날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새누리당이 국정조사를 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좋지 않다"며 "대화록 공개와는 별도로 국정조사를 실시해 잘잘못을 가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검찰 수사 후에 (국정조사를) 한다고 했는데 그 것에 얽매이면 괜히 회피하는 것 같고 뭔가 꿀릴 게 있다는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전격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민주당으로선 여권의 '선공'(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에 한방 맞은 상황에서 이에 버금가는 '대가'(국정조사)를 얻어낼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전병헌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비상의원총회에서 "26일까지 국정조사요구서를 여야 공동으로 제출할 것을 요구하며, 이에 응답하지 않으면 '중대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기저에도 이 같은 기류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또 야당으로선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7년 정상회담 발언에 집중된 여론을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으로 일정 부분 돌리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여야가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문제를 공식 의제에 포함시키지 않았지만 일단 국정조사가 시작되면 회의록의 진위와 국정원 전문 공개의 적법성을 놓고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일각에선 "여야 간 기싸움으로 국정조사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여야는 26일 국정조사계획서를 제출해 27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보고한 뒤 내달 2일 본회의에서 계획서를 처리할 예정이다. 특히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등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적잖은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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