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24일 비밀 해제해 국회 정보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전달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8쪽짜리 발췌본에 담기지 않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에서 노 전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에게 "잡담을 하더라도 위원장하고 시간을 더 보내야 한다", "오후 시간을 잡아달라" 등의 언급을 하는 등 정상회담에 상당한 적극성을 보였다.
노 전 대통령은 한미 관계에 대해 "(해방 이후) 우리가 미국에 의지해왔다. 친미 국가라는 건 객관적 사실"이라며 "남측에 어떤 정부도 하루아침에 미국과 관계를 싹둑 끊고 북측이 하시는 것처럼 이런 수준의 자주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남쪽 사람들이 자주성이 좀 있어야 되지 않겠는가. 자꾸 비위 맞추고 다니는 데가 너무 많다"고 비판하자, 노 전 대통령은 "비위를 살피고 눈치를 보는 이유가 먹고 사는 현실 때문에 그렇다는 점을 잘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고 답변했다.
노 전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 대해선 "현재 핵 문제는 관력 각 측의 노력으로 해결의 방향을 잡았으며, 이는 김 위원장께서 각별한 관심을 갖고 지도력을 발휘해 주신 결과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와 관련, 김 위원장이 "지금은 생억지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바다에 종이장 그려놓은 지도와 같이 선도 북방한계선은 뭐고 군사경계선은 뭐고, 침범했다, 침범하지 않았다, 그저 물 위에 무슨 흔적이 남느냐"면서 "저번에 서해 사건 때도 실제로 흔적 남은 게 뭐냐. 그래서 내가 자꾸 앙탈진다 하지 말고 공동수역 만들면 되지 않냐"고 말하자, 노 전 대통령은 "예, 아주 나도 관심이 많은..."이라고 답했다.
노 전 대통령은 "항상 남쪽에서도 군부가 뭘 자꾸 안 하려고 한다"며 "이번에 군부가 개편돼서 사고방식이 달라지고, 평화협력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 그러나 군부라는 것은 항상... 북측에서도 우리가 얘기 듣기로는 마찬가지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완고한 2급 보수라 할까요(웃음)"라며 "미국과의 문제나 주변 정세가 안정이 되면 당연히 군부가 있을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관련, "우리는 전부 김 위원장께서 (서울을) 방문하시기로 약속한 것으로, 우리 국민들은 전부 그렇게 알고 있고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자, 김 위원장은 "미사일 문제요 핵 문제요, 지금 가자고 해도 전 세계가 놀라서 와락와락할 때 내가 뭐 하러 가겠어요. 그래서..."라며 답방에 대한 부정적 의사를 피력했다.
노 전 대통령은 오전 정상회담 일정이 끝난 뒤 북측이 오후 일정을 설명하자 "여기까지 와서 위원장하고 달랑 두 시간 만나 대화하고 가라고 그렇게 말씀하시면 됩니까(웃음)"라며 "충분히 잡담을 하더라도 위원장하고 시간을 더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위원장(께서) 질문이나 말씀을 안 하시면, 내가 이것저것 질문하고 싶은 것도 많으니까요. 오후 시간이나 잡아 주십시오"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이 다시 "수시로 보자고만 해 주십시오"라고 말하자, 김 위원장은 "수시로? 문제가 있으면 그저 상호 일이 있으면, 호상 방문하는 거고..."라고 답변했다.
노 전 대통령은 또 "위원장께 청을 하나 드리겠습니다"라고 운을 뗀 뒤 "임기 마치고 난 다음에 위원장께 꼭 와서 뵙자는 소리는 못하겠습니다만, 평양 좀 자주 들락날락할 수 있게 좀 (해달라)"요청했고, 김 위원장은 "우리야 언제든지. 침구는 항상 준비해 놓고 있겠다"고 말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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