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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6월 26일] 전직 대통령 수난 시대

입력
2013.06.25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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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들이 잇달아 수난을 겪고 있다.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남긴 공과에 대한 평가는 흔히 엇갈리기 마련이다. 잣대를 들이대는 국민의 이념과 성향에 따라 때로 과대평가되거나, 반대로 과소평가되기도 한다. 그러나 대체로 본인 스스로 수난의 빌미를 제공한 과오 탓이 크다. 헌법 규정에 따라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해야 할 책무에 충실하지 않거나 배신한 업보로 볼 만하다.

우선 추징금 문제로 잊을 만하면 여론의 도마에 오르는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수난사(史)는 참담한 지경을 넘어 거의 코미디 수준이다. 그 가운데도 전두환 전 대통령은 과거 측근들을 골프 모임 등에 불러 모아 여전한 '위세'를 과시하듯 하면서도 추징금 납부는 완강히 거부, 국민적 지탄을 받았다. 그는 대통령에서 물러난 직후 대국민 사과를 통해 모든 재산을 국가 처분에 맡기겠다고 약속하고도 "재산이 통장 잔액 29만원 밖에 없다"고 말해 국민을 실소하게 했다.

이 원로 코미디언은 지금은 검찰과 아예 숨바꼭질 놀이를 하고 있다. 검찰은 재산 환수를 위해 특별 팀까지 구성, 마지막 남은 신발 한 짝이라도 찾아내겠다고 벼르지만 그는 "의심이 된다면 내 집 마당까지 파 보라"며 맞서고 있다. 큰아들이 해외 조세피난처에 거액 재산을 숨긴 의혹이 새로 드러나면서 추징금 시한을 연장해서라도 은닉재산을 환수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그러나 본인은 수난을 전혀 고통으로 여기지 않는 듯, 늘 건강하고 뻔뻔한 모습으로 버티고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병이 깊은 상태로 수난을 겪고 있다. 그는 추징금을 거의 대부분 납부했다. 그러나 여기저기 나눠 숨겨놓은 재산이 드러나 마지못해 낸 것이 많다. 동생과 사돈, 심지어 운전기사 명의로 재산을 분산시켜 놓은 사실이 공개되면서 전두환 전 대통령 못지않게 지탄과 비웃음을 받고 있다. 대통령을 지낸 이의 처신이 그리 궁색한 것에 국민은 분노보다 서글픔을 느낀다.

최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로 평안한 영면(永眠)을 누리지 못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새삼 고인의 험난한 인생을 상기시킨다. 고인은 엄연한 해상경계선인 서해북방한계선 NLL을 "무슨 괴물처럼 함부로 못 건드리는 물건이 돼 있다"고 언급, 보수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남북 화해를 위한 단순한 '립 서비스'로 보기에는 정도를 넘었다. 그의 거친 말버릇이 사후에까지 수난을 안긴 셈이다.

도발과 분쟁이 이어진 NLL 해역에 평화협력지대를 만들고 인천과 해주까지 공동경제구역으로 조성하자는 구상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고인은 북한 김정일의 속내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채 화해 제스처를 앞세워 결국 지금의 수난을 자초했다.

노 전 대통령의 수난은 전임 대통령들에게서 물려받은 측면도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역사상 첫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5억 달러를 전달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오욕을 겪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 때도 북한의 핵개발 포기를 조건으로 11억 달러가 넘는 경수로 건설비를 지원했다. 북한이 끝내 핵개발에 성공한 사실에 비춰보면, 김 전 대통령이 대북 강경 정책을 자랑할 것도 없다.

올해 초 물러난 이명박 대통령도 누구 못지않은 수난을 감당해야 할 처지다. 재임 중 자랑하던 에너지 자원 외교나 한식 세계화사업은 공연히 세금만 낭비한 결과를 남겼다. 해외 원전사업 수주에 신경 쓰느라 정작 우리 원전의 짝퉁부품 사태를 올바로 처리하지 못한 것도 자신과 국민의 재난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임기가 끝나면 예외 없이 냉정한 비판과 수난을 맞을 공산이 크다.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 등 역사의 거인들도 피하지 못한 숙명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무한한 책임감과 소명의식이 필요한 까닭이다.

허영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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