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어제 오후 전격 공개했다.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여당의원들이 회의록 발췌문을 열람한 뒤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는데다, 여야 모두 전문 공개를 요구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우리는 정상 회의록 공개가 국익에 도움되지 않고 소모적 논란만 부추길 것으로 보고 반대했다. 그러나 어차피 전문이 공개됐으니 지루한 왜곡· 조작 논란을 끝내는 데 도움 되기 바란다.
국정원은 6년 전 정상회담 내용이 안보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면서, 오히려 진위를 둘러싼 국론 분열을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설명과 달리, 대선 개입 의혹 국정조사 문제로 여야가 대치한 상황에서 'NLL 발언' 논란 쪽으로 여론의 관심을 돌리려는 속셈이 작용했을 수 있다. 그러나 적법한 절차를 거친 이상, 진위 검증에 초점을 맞추는 게 순리다. 그와 함께 국정조사 문제는 별도로 여야 합의를 추진할 일이다.
민주당은 국정조사를 촉구하기 위해 26일부터 서명운동을 펴고 주말에는 전국에서 결의대회를 열기로 했다. "거리 투쟁으로 민주당이 살아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는 강경론에 이끌린 결과라고 한다. 새누리당이 애초 합의한 국정조사를 마냥 미룰 일은 아니다. 그러나 민주당의 국회를 벗어난 거리 투쟁은 정부의 정통성을 흔들려는 의도를 의심하게 한다. 일부 대학생과 진보 단체는 이미 시국선언을 내놓았고, 지난 주말 촛불 집회에서 '박근혜 퇴진'까지 요구했다.
박 대통령은 어제 "대선 때 국정원에서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며 국정원에 대한 의혹을 밝히는 절차는 국회가 논의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여러 정황에 비춰, 민주당은 '정권 퇴진' 구호가 난무할 거리 투쟁은 삼가야 옳다.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위해 중국에 머무는 동안에 '촛불 대오'에 합세한다면 여론도 그리 곱게 보지 않을 듯하다. 혹시 '촛불 사태' 재현을 꿈꾼다면 허망한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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