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에도 오르기만 하는 은행 임원의 고액 연봉에 대해 감독 당국이 처음으로 전수 조사에 나선다. 8개 금융지주 및 은행 등기이사들이 지난해 순익 감소에도 더 많은 연봉을 받는 등 성과 연동 보상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내달 퇴임하는 모 금융지주 회장이 수억원대의 주식 성과급을 받게 되는 것과 관련해 모든 금융지주와 은행을 대상으로 관련 제도 점검에 돌입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금융지주와 은행을 대상으로 성과보상체계 모범기준 준수 실태를 살펴본 결과, 일부 금융지주와 은행에 문제점이 발견돼 내달부터 전수 조사에 들어갈 예정인 것으로 24일 전해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날 "최근에 일부 은행을 대상으로 성과 보상 체계 모범 기준 현황을 들여다 봤더니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간 부분적으로 기준 준수 여부를 보기는 했으나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해 은행 실적 자료가 모두 마무리되는 내달부터 성과 보수 체계와 관련해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들여다보는 전수 조사를 처음으로 실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우리금융은 순익이 1조5,836억원으로 전년의 2조1,368억원에 비해 크게 줄었다. 그러나 회장이나 사장 등 등기이사 평균 연봉은 2011년 5억9,800만원에서 지난해 6억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순익이 줄어든 KB금융의 등기이사 평균 연봉은 2011년 3억1,300만원에서 지난해 3억9,200만원, 신한지주는 5억900만원에서 7억1,400만원, 국민은행은 3억500만원에서 3억3,700만원으로 각각 늘었다.
지난해 우리은행 등기이사 평균 연봉은 4억1,500만원, 기업은행은 4억100만원,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8억7,300만원으로 전년보다 크게 늘었다.
그러나 이는 해당 은행이 사업보고서 등을 통해 공시한 내용일 뿐 은행마다 공시 기준이 달라 실제로는 훨씬 많은 돈을 지급 받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감원은 이번 전수 조사를 계기로 현실에 맞게 보수를 공시하고 그 해에 발생하는 수익과 예상 성과급까지 포함해 공개하도록 지도할 방침이다.
한 관계자는 "그 동안 은행마다 보수에 대한 공시 기준이 다르고 소득의 일부도 다음해로 넘기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자신이 일한 해의 예상 성과급까지 고려해 보수를 공개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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