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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6월 24일] 정년제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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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6월 24일] 정년제 들여다보기

입력
2013.06.2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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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1960~70년대는 인종 차별을 없애는 레이시즘의 연대요, 70~80년대는 남녀 차별을 없애는 섹시즘의 연대였다면, 80~90년대는 연령 차별을 없애는 에이지즘의 연대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연령 차별의 대표적 척도라 할 정년이 연장돼야 한다는 에이지즘의 움직임이 서서히 태동하고 있는 것 같다. 사회적 분위기를 보면 그런 움직임이 뚜렷하다.

유럽에서 처음 정년을 65세까지로 정한 것은 1889년 프러시아의 재상 비스마르크에 의해서 였다. 그때는 65세 까지 사는 사람은 극소수였으며, 그 극소수에게 연금을 준다는 것은 재정 측면에서 새발의 피였기 때문이다.

남자의 평균 수명이 75~80세로 연장된 지금 세상에 이 비스마르크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한다면 정년이 90~95세 이어야만 한다.

헌데 유럽에서는 여전히 65세가 상식이요, 그보다 우리나라는 10년여 더빠른 55세가 상식이 돼있으니 세계적으로 연령차별이 가장 혹심한 나라에 속한다고 할것이다.

그러고 보면 옛 선조들은 퍽이나 현명했다. 왜냐하면 삼국시대부터 '치사'(致仕)라 하여 70세 정년 제도를 확립했던 에이지즘의 선진국이었기 때문이다.

신라말의 학자 최치원도 70치사를 하고 있고, 고려때 삼국사기를 쓴 김부식도 70치사를 하면서 치사표(致仕表)란 명문장을 남기고 있다.

노련한 체험과 원숙한 종합력, 판단력을 소중히 여겼던 우리 전통사회에서는 아무리 10대에 과거에 급제한 천재일지라도 인생을 알고 난 연후인 40세쯤 돼야 입사(入仕), 곧 벼슬에 드는것이 상식이었다. 따라서 국사같은 큰일은 대체로 60~70의 노지(老智)가 좌우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에서는 정년후 연금으로 생활을 보장해주는 것으로 끝나지만, 우리 나라에는 치사후에 치사 당시 받던 봉록의 절반을 받는 이외에 검교(檢校)나 노인직(老人職) 같은 실무가 없는 명예직을 내림으로써 소외감을 전혀 느끼지 않게 했던 것이다.

거기에 생일마다 치두미(致豆米) 또는 치주(致酒)라 하여 곡식과 주육(酒肉)을 내렸으니 에이지즘 왕국이 아닐 수 없었다.

이 같이 화려한 정년 문화를 가졌던 우리로서 정년 후진국을 면하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미국에는 고령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굴, 이용하려는 연령학(Gerontology) 연구가 왕성하여 연령학과를 둔 대학이 적지 않다고 한다.

그 연령학의 한 연구에 따르면, 65세 정년으로 사장된 70세까지의 가능 노동력의 총 경제적 가치를 미국 GNP에 대비시켰더니 무려 28%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하물며 그보다 10년이나 빠른 55세 정년으로 사장된 정신 및 육체 노동력의 낭비를 추정해 보면 아찔하다.

우리도 이제부터라도 60~70의 노지를 활용하고 이들의 많은 경험들을 나누어 창조적 경제와 세계화에 당당하게 동승을 하고 자신감과 경험의 필요성을 가져야 할 시기가 왔다.

권오극 OK 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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