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1 단수가 통렬한 급소 일격이다. 백홍석이 일단 2로 머리를 내밀었지만 3으로 장문 비슷하게 덮어씌운 게 멋진 맥점이어서 더 이상 나아갈 수가 없다. 1, 3으로 두는 건 오히려 중앙 흑 세력을 더욱 튼튼하게 만들어 줄 뿐이다.(9 … ▲) 게다가 A의 약점까지 남아서 백이 좋지 않다.
그래서 실전에서는 백홍석이 얌전히 4로 흑 한 점을 따냈지만 5부터 10(▲의 곳 이음)까지 백돌이 똘똘 뭉친 포도송이 형태가 돼서 이 역시 백이 기분 나쁜 모습이다.
11로는 1로 실리를 벌면서 우변 백을 공격하는 것도 좋은 작전 같은데 이세돌은 먼저 자신의 단점부터 지켰다. 이 한 판으로 명인 타이틀의 주인이 결정되는 매우 중요한 바둑이란 점을 의식하고 있는 듯 평소답지 않게 매우 신중한 손길이다. 이는 물론 현재 바둑의 흐름이 괜찮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반대로 백홍석은 바둑이 상당히 급해졌다. 12. 14로 우변 백돌부터 살렸지만 현재 한 집도 없이 허공에 붕 떠 있는 중앙 백돌은 앞으로 어떻게 수습해야 할 지 심히 걱정된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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