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정치권 이슈에 휩쓸릴 이유 없다”/ “정치권의 국정원 개혁 움직임에 대한 반격” 해석도
국정원이 지난 대선 과정부터 정치권에서 요구해 왔던 2007년 정상회담 대화록을 이 시점에 공개한 배경을 두고 구구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이 지난해 대선 국면에서 국정원에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관련 발언록 공개를 요구했지만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은 끝내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은 원 전 원장을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하기까지 했다.
여권에선 이 같은 배경과 관련해 ‘국정원의 체질 개선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감한 정치권 이슈에 휘말리는 것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란 얘기가 흘러나왔다. 한 여권 관계자는 21일 “남재준 국정원장이 대북 정보 강화 등 국정원 개편에 힘을 쏟고 있는 와중에 해묵은 정치 이슈에 휩쓸릴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이 기회에 민감한 과거 문제를 털고 가자는 생각도 있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지난 대선 때는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 국정원이 공개하지 않을 명분이 있었지만, 선거도 끝난 상황에서 굳이 손에 들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물론 남 원장의 이 같은 결정에는 전ㆍ현직 대통령과의 관계도 일정 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남 원장은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때부터 안보 분야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도운 측근 인사이다. 반면 남 원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육군참모총장을 지냈지만 노 전 대통령과는 좋은 관계라고 보기 어렵다. 당시 군 주변에선 남 원장이 인사 청탁을 받아들이지 않아 노무현 정부 실세들의 눈밖에 났고, 그를 쳐내기 위한 장성 진급 비리 의혹 수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일들로 인해 남 원장은 노무현정부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갖게 됐고, 이번에 대화록을 공개하는 쪽으로 결론내는데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와는 별개로 국정원의 선거 개입 의혹을 둘러싸고 정치권에서 국정원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데 대한 반격이란 해석도 있다. 정치권이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 여부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상황에서 ‘국정원 개혁’이란 방향으로 불통이 튀자 이 같은 분위기를 반전시킬 카드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실제 그 동안 여권 내에선 “국정원이 NLL 대화록만 공개하면 모든 정치권 이슈를 빨아들이게 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았다. 때문에 여야가 ‘정치 개입 차단’이란 명목으로 국정원 견제에 나서자 발언록 공개로 여야 긴장 상태를 조성해 조직을 보호하려 한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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